부시장의 강단 있는 복지부동(?) 취재수첩 노병하 정치부 차장 kjdaily.com

2014년 11월 11일(화) 19:57

“우 부시장님은 이 자리에 왜 왔습니까? 명확한 입장이란 명확한 데이터를 말하는데 아무것도 안 내놓으면 어떻게 설명을 하실 겁니까?”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범기 광주시 경제부시장의 답변이 나오자 기자실에서 어색한 웃음이 터졌다. 그것은 어이없거나 황당할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웃음이었다.

광주 도시철도(지하철) 2호선과 관련해 광주시의 행동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들은 11일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면서 작심한 듯 우범기 경제부시장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은 여러가지였으나 핵심적인 내용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재정이 과연 문제인가’였다.

시의원들의 논리는 ‘도시철도 건설은 민자유치라도 해서 하고 싶은 지역이 많은데 광주는 당당히 국가 검증기관의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예비타당성도 통과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재정문제로 뒤집을 수 있는가’였다.

여기에 덧붙여 ‘재정이 부족하다면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산건위 위원들의 질문은 자료를 꼼꼼히 살핀 듯 구체적인 수치를 인용해 날카로움을 더했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답하기 위해 나온 우 부시장은 어땠을까. 우 부시장이 이날 시의원들에게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가 “금주 중에”였다.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한 공무원이 시의원들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미뤄버린 것이다. 그것도 핵심 질문들에 대해서 말이다. 당연히 시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비단 답변만 미룬 게 아니다. 재정압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전무했다.

말 그대로 우 부시장은 이날 입만 가지고 행정사무감사 현장을 찾은 것이다.

시의원들에 따르면 우 부시장의 출석요구 결정은 3일전에 이뤄졌다. 사전에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예상되는 자리였다.

오죽했으면 김민종 의원이 “3일전에 출석요구를 했고 무엇 때문에 여기에 온줄 알면서 왜 애매한 답변만 하느냐. 재정에 대해 모르는 분이었다면 모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다독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 부시장의 태도는 확실(?)했다. ‘상세한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다른 자리에서 말하겠다’, ‘자료가 구비되지 않았다’, ‘시장님은 그런 말씀을 안하셨다’ 등 경제부시장이라고 보기 힘든 답변들만 했다.

이쯤되면 광주시가 행정사무감사를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민의 대표들이 질문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태도가 무책임을 넘어 경시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 부시장은 광주시에서 알아주는 ‘경제통’이다. 윤장현 시장이 가장 신뢰하는 공무원 중 한명이며 광주 전반에 쓰이는 예산에 대해 정통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피하기만 하고 있으니 보는 이들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행정사무감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한 의원이 결국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질의해도 답변이 안나올 것 같으니 이만 하겠습니다.”

2014년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광주시의 태도가 이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아 보는 입장에서도 절로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