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부시장은 누굴 위해 일하나 #광주경제부시장의 강단 있는 복지부동 #광주행정부시장의 예술작품 검열 #광주시장 지지율·직무수행 모두 꼴찌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11월 12일(수) 19:05

광주매일신문 11월12일자 취재수첩에는 ‘부시장의 강단있는 복지부동(?)’이라는 제목의 취재 후담이 실렸다. 광주시의회에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관련 의원 질의가 있던 날, 답변을 하러 나온 우범기 경제부시장은 의원들에게 ‘이 자리에 왜 왔습니까?’라는 질책을 받을 정도로 무성의했다. 우 부시장이 이날 시의원들에게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금주 중에’였다. 취재현장에 있었던 본지 정치부 노병하 차장은 ‘입만 가지고 행정사무감사 현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나중에 설명하겠다’, ‘다른 자리에서 말하겠다’, ‘자료가 구비되지 않았다’, ‘시장님은 그런 말씀 안하셨다’ 등 경제부시장이라고 보기 힘든 답변들만 했다.

밖에서 윤장현 시장이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 지하철 건설 연기론을 비춰 뭇매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부시장이 ‘무대책·무의견’으로 상황을 피해가면, 그 원성과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지난 8월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광주비엔날레의 작품 검열 사건이 알려지자 한국 문화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광주’니까 가능했던 창작의 자유를 ‘광주’여서 불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검열 작품은 홍성담씨 작품 ‘세월오월’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었다. 광주시 오형국 행정부시장은 국가원수를 희화화한 작품을 광주비엔날레에 전시할 수 없다며 줄기차게 작품 수정을 요구하고 외압을 가했다고 한다. 당시 윤장현 시장이 중국 출장 중인 가운데 오형국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담당 큐레이터 해촉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게 요구했고 사전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비판하는 문화예술계의 성명이 잇따랐다. 급기야 비엔날레 특별전 작가들이 작품을 철거했고, 해외 작가들도 이에 동조했다. 사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엔날레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도 사퇴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까지 사태를 보도하면서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윤장현 시장은 ‘시민시장이 뭐 이러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이 모든 행위를 지휘했던 행정부시장은 그 어떤 합리적인 설명도, 여론을 다독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의 광주 살림 경력은 4개월 밖에 안 된다. 스스로 ‘시민시장’의 깃발을 들어선지 기대가 컸다. 특히 시민들은 ‘시장과의 소통’을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은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낮은 자세로 소통하려 했는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결정을 공유하는 행정부시장·경제부시장의 행정 행위는 불통에 가까웠다. 위 두 사례에서도 보듯, 두 부시장이 윤 시장을 도와주는 사람인지 자기 자리만 지키기 위해 있는 사람인지 불분명하다. 엇박자,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전국 17개 시·도지사 평가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지율·직무수행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최근 JTBC-리얼미터 정례 광역자치단체 직무수행평가 조사 결과, 윤 시장은 34.2%의 부정평가를 기록, 최하위에 그쳤다. 전국 광역시·도 주민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도 광주는 35.6%로, 꼴찌에서 3번째인 15위를 차지해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다. 윤 시장은 지난달 민선6기 출범 100일을 맞아 JTBC가 실시한 전국 17개 시·도지사 지지도와 지역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51.7점으로 ‘꼴찌’에 이름을 올리는 굴욕을 보였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열린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같은 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까지 ‘뭇매’를 들었다. 부적절한 절친 인사문제, 광주비엔날레 작품검열, 갬코 소송중단, 시민과의 소통 부족 등 지역 각계와 소통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자, 이쯤 되면, 광주의 행정 시스템은 ‘정상’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큰 일 나겠다 싶어진다. 우선 시장을 대신해 안방살림을 맡은 행정부시장과 경제부시장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필자는 윤장현 시장이 매번 뭇매를 맞을 때마다 부시장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부단체장은 자치단체 내 서열 2위로 ‘인사위원장’이자 ‘경리관’으로 돈과 인사를 정리하는 길목에 서 있다. 부단체장은 행정에 서투른 단체장의 시행착오를 막고 전횡을 견제하며 공조직을 원만하게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막강한 민선단체장은 주민 가까이 다가가려는 행정에 중점을 둔 나머지 계선조직이나 명령체계를 벗어나려 하면 ‘조율’을 해야 하는 위치다. 단체장이 전시적이고 가시적인 사업과 행사 중심의 사업 등 주민과의 접촉이 있는 사업에만 매달려도 행정전문가다운 ‘지혜’를 전수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두 부시장은 윤장현 시장의 ‘꼴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면 강변 해보라.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던 두 사람은 행정의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행정의 연속성과 공정성,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윤 시장의 스타일이 미리 방침을 정해 명령하지 않고 하위 실·국에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정책이 올라오길 원하니까 손놓고 있는 것 아닌가?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를 선도한 도시다. 필자는 ‘생활자치 민주화’도 광주가 선도해가길 간절히 바랬다. ‘시민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단체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부시장들이 광주시청 관료조직을 효율적으로 잘 통제해야 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뤄 그 에너지를 시장과 접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광주 행정부시장·경제부시장은 본인들의 ‘부재’가 윤장현 시장을 ‘꼴찌’ 열등생으로 전락시킨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