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색은 역사의 기록이다 김광욱 |
| 2014년 11월 13일(목)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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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시 24번가에는 벽화가 있다. 단지 한 두 개의 건물이나 길이 아니라 24번가를 포함한 지역 내 상가나 건물 심지어 공공건물인 학교에도 벽화가 있다. 벽화라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벽화들을 보고 나면 녹색과 붉은색의 잔상이 남는다.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멕시코가 연상되며 전반적으로 남미풍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벽화는 남미의 역사에 관한 주제가 많으며 해당 지역 역시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거주지역이다.
이에 대한 역사는 1970년대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벽화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이민자의 신분이지만 미국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벽화를 그리며 정치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나아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도시, 다양한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로 인식하는데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주민들은 벽화를 소중한 자산이자 문화적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벽화는 특정 소수의 문화기획자나 외부의 예술가가 결합해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24번가의 벽화는 주민들의 삶과 의식을 함축적으로 형상화했으며 공개된 공간에 위치해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이 벽화를 스스로 관리하며 벽화로 인해 일정부분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사진을 찍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괴로워하거나 벽화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거주민들을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우리네 벽화동네의 모습과 다르다. 거리를 상징하는 색은 예술가의 취향이나 복잡한 분석기법으로 찾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삶에서 창조되는 것이다.
셋째, 벽화는 지금도 확장하고 있다.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활동으로 조성된 벽화거리는 남미의 인권과 민주에 관한 사건들로 확장하며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24번가의 녹색과 붉은색은 비록 자신과 관계가 없는 나라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공유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자신의 벽을 흔쾌히 제공하는 포용력과 시민들 스스로 투어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조직된 힘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거리의 표정을 만드는 색깔은 공동체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 도시의 색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개인의 삶이 한데 어우러져 역사로 기록되는 과정에서 나온다.
벽화 투어프로그램을 마치고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주문하고 마시기까지 제법 시간이 소요됐다. 역시 사람이 많이 찾는 동네면 작은 가게도 잘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