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게 정치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11월 19일(수) 20:04

올해 2014년은 유독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가 많았다. 특히 전남 주변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세월호 사건이야 우리 지역 여객선 회사도 아니고 사망자도 경기도를 주 연고지로 하고 있지만 사망 장소가 진도 앞바다란 이유로 우리 지역에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에 일어난 장성 요양원 참사나 담양의 펜션 화재는 명백히 우리 지역의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안전 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화재로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담양 펜션의 실제 주인이 광주 북구의원으로 지역살림을 감시하는 정치인인 것으로 드러나 더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먼저 지역 정치인의 도덕성을 비판하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정치인을 공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까지 그 어떤 반성의 목소리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정치인이 불법영업으로 4명의 생목숨을 앗아갔는데도 그 어떤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일까?

화재가 난 담양 H펜션의 불법 정황과 유착의 흔적은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무허가 불법 건축에다 국유지 불법 점용까지 했다. H펜션은 270㎡ 안팎의 국유지를 무단 점용해왔다. 당국의 허가없이 무단점용된 국유지는 대지 1천236㎡ 가운데 원형 펜션 앞 마당 일부로, 펜션 주인은 불법 사용한 국유지 중 일부에 무허가 바비큐장을 지어 영업을 해왔고 바로 그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굽다가 불이 나 젊은 학생들이 죽은 것이다. 불법점용한 나랏땅에 무허가 시설을 지어 다중이용시설로 사용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은 것이다.

지역민의 안전을 돌보고 행정기관이 위법행위를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해야 할 정치인이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며 이익을 취한 행위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궁금하다. 문제의 바비큐장은 나무 바닥에 샌드위치 패널 벽, 갈대 천장 등 화재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물로 입구도 좁았다. 또한 바비큐장에는 소화기가 배치되지 않았고 본관에 있던 소화기도 잘 작동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졌다. 본인은 건축물대장에 존재하지 않는 불법 시설을 버젓이 지어놓고 북구의회에서는 공무원의 불법을 질책할 자격이 있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얼렁뚱땅 넘기고 자신들이 공천한 지방 정치인의 부적절한 행위를 감싸고 용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정치인 하면 위선자, 부정부패를 일삼는 자, 말장난이나 하는 사람, 쇼를 잘하는 사람, 이중인격자, 철새, 이권 개입이나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치란 원래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나라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분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공통의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부득불 정치라는 특수 분야에 종사하는 인사들을 존재케 하여, 이들에게 멸사봉공하라는 사명을 부여한 특수 제도이다. 그렇게 때문에 정치인들에게는, 정부는 국가의 예산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란다면 기업이나 개인이 정치헌금을 하고, 일정한 면책특권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이 이런 예우와 특권을 사물시하여, 지역에 해가 되는 행위를 거듭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게까지 한다면 정치장사꾼에 다름없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논쟁을 한답시고 건전한 시민, 상식인이라면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할 쌍소리를 거침없이 내뱉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시도 때도 없이, 파괴하면서 뒤로 불법이익까지 챙기고 있다면 선량한 서민은 할 말이 없다.

정치인 소유의 펜션에서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화재 사건을 접하면서, 지방정치인도 자신이 무엇을 하기 위해 그토록 구차한 행위를 해가며 정치에 종사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돈 벌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치기보다는 오히려 병을 덧나게 하여, 더 많은 진료비를 챙기려는 것과 같은 파렴치한 정치행위는 없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겸직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장사를 할 것인지, 정치를 할 것인지 명확히 선택해야 하다. 지역민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방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정치인이 정치를 하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불의한 利’를 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탐해서는 안 된다. 좋은 지도자는 공공선, 즉 국리민복을 위해 공직을 맡고자 하는 사람이다. 한 번 이 나라를 모든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공영체로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순수한 소원이 있는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광주·전남이 아직도 척박한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지도자, 정치인이 없는 탓도 크다. 오히려 ‘펜션 정치인’같은 이들이 더 많다. 자기가 이끄는 조직과 집단의 장래에 대해 아무 비전도 꿈도 없으면서 단순히 명예와 대접을 바라고 정치인이 된 사람들의 특징은 공익보다 사익이 앞선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개혁과 당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호남에서는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고 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초의원부터 바로 세우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펜션 정치인 사건’을 계기로 지방정치인들은 정치인의 품위와 자질에 대해 숙고하기 바란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