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대통합 위해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김한필 |
| 2014년 11월 23일(일) 1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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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45년 8월15일 잔악무도한 일제 36년간의 긴 식민통치로부터 해방을 맞았으나 같은 해 9월8일 북위 38도 이남에 미군이 진주함으로써 미 군정치하에 들었다.
1948년 5월10일 UN 감시아래 총선거를 실시하여 198명의 의원을 선출했다. 이것이 제헌국회다. 국회는 곧바로 헌법 기초에 착수했다. 6월3일 유진오 등 헌법기초위원회가 초안을 작성했는데, 이는 의원내각제·국회 양원제안이었다. 그러나 이승만의 반대에 부딪쳐 대통령제·국회 단원제로 바뀌었다.
이 초안은 그대로 상정되고 7월12일 국회를 통과, 17일에 서명·공포되어 그날부터 발효되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을 국회에서 뽑도록 되어 있었고 20일에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은 탄생했다. 세월이 지나 지난해 2월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했다.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 임기 중 2년여가 다 돼 간다.
그동안 우리의 헌정사는 분노와 눈물과 피로 점철된 오욕 바로 그것이었다. 1950년 6·25사변, 1960년 4·19혁명, 다음해인 1961년의 5·16군사혁명, 1979년의 부마항쟁, 같은 해의 12·12사태, 1980년 5·18민주화 운동, 1987년의 6월 민주화 항쟁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질곡의 역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금에 와서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겠는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이 그렇게나 지난했다는 것을 역사에 깊이 새겨두고 오매불망하는 수밖에!
우리 국민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동경하며 민주주의를 이 땅에 확립하고자 분투노력하면서도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타고난 근면성과 성실성 그리고 검소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도 길을 뚫고 다리를 놓고 공장을 지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검푸른 바다 속, 땅속 깊은 갱도에도 기어들고 고압전기가 흐르는 전봇대에도 올라갔으며 심지어 남의 나라 전쟁터에도 가서 싸웠다. 이제 우리는 무역규모 세계 12위, 국민소득 2만6천불의 부국이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학구열로 그동안 국민의 지적수준은 글로벌 시대를 리드할 만큼 괄목 신장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렇게나 염원하던 민주주의도 얻어냈고, 그렇게나 갈망하던 부도 어느 정도 축적했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되살아나는 망령 같은 그 무엇이 언제부턴가 생겨나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으니 지역 간 감정이 그것이다. 국민 대통합은 작금의 국정 제1의 과제가 됐다.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문제는 대통령이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衆以好之必察焉, 衆以惡之 必察焉(중이호지필찰언, 중이오지 필찰언)’.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싫다고 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필찰은 자신이 직접 자세히 보고 판단하라는 뜻이다.
남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올바른 정책판단이 안 선다. 왜냐면 선입견이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계층 간 빈부격차, 어려움에 처한 민생경제, 특히 지역 간 불균형성장 등에 대한 해소방안도 대통령이 직접 살펴보고 확실한 주관을 가질 때 도출된다.
고위 관리나 측근들 중에는 대인도 있지만 소인도 있다. 국정과제에 대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진정 국가의 앞날을 위해 진언하는 충직한 신하가 있는가 하면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 지역을 위해서만 아첨하는 소인배도 있다. 예로부터 군왕은 군자와 소인을 구별하는 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진리의 적은 확신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직접 보지도 않고서 주위의 말만 믿고 확신하는 순간 진리는 사라지고 편견과 선입견만 남는다.
대통령은 51%의 지지로 당선됐어도 나머지 49%를 껴안는 아량과 관용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필찰하면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쪼록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 간 대결과 갈등구도를 타파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