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斷腸) 조영환 수필가

2014년 11월 23일(일) 19:10

우리는 인생(人生)을 슬픈 일을 당하면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의 ‘단장(斷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왔다.

최근에 세월호에 천안함에 자식들을 수중에 갇혀놓고 수많은 가족들의 통곡과 애환의 슬픔들, 일본의 쓰나미가 휩쓸은 지역민의 참상을 화면으로 생생하게 보여준 보도는 눈으로만 봐도 가슴이 찢어지고 하복부의 창자가 끊어지는 듯 한 마음의 통증을 우리는 접하지 않았던가?

근세 6·25 동란에 수백만 백성이 총칼에 죽어간 사연을 노래한 가수 황금심이 노래한 「단장의 미아리고개」역시 잡혀가는 자신의 남편을 생각하며 창자가 끊어질 듯한 ‘단장(斷腸)의 애절함’을 노래한 곡을 지금까지 애창하여 오고 있다.

이 단장의 어원은 진나라 환온 이라는 장수가 지금의 중국의 사천성을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배를 타고 양자강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군대가 좁은 협곡을 지나갈 무렵,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었다.

그러나 어미원숭이는 자신의 새끼가 잡혀가는 것을 보고 배를 쫓아오며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배가 좁은 지역을 또 통과될 때 그 어미원숭이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배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슬픔에 지친 어미원숭이는 이내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어미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끊어져 있었다. 자식을 잃은 어미원숭이의 슬픔에 창자가 끊어져 버렸던 것이다.

여기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이라는 뜻에서 ‘단장’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당 현종이 양귀비를 그리는 아픔을 노래한 「장한가」에서 단장같은 구절이 있다. 현종은 ‘안사의 난’을 피해 도주하다 양귀비가 자결아닌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는데 단장하는 듯 슬픔을 맞이하였다.

양귀비의 머리가 굴러 떨어져 말 앞에서 죽으니/양귀비의 꽃비녀 땅에 떨어져 줍는 이 아무도 없고/비취깃털, 공작비녀, 옥비녀마저도…/현종은 차마 보지못해 얼굴을 가리고 돌아보니, 현종은 배를 가르는 통증과 피눈물을 흘렸다. 인생을 살다보면 ‘단장의 슬픔’이 찾아 올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원치않는 이별이나 얘기치 않게 닥치는 역경,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은 우리의 가슴을 단장의 아픔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좋은 사회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단장의 슬픔이 없는 사회이다.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거창한 발전의 장밋빛 꿈보다는 모든 국민이 단장의 슬픔 없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되기를 늘 꿈꿔보지만 아직도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안전불감증으로 저지른 대형참사로 단장을 가져오기도 했었다.

단장의 슬픔이 없는 삶을 국가를 위하여 어느 곳에서든지 작은 것부터 저 높은 곳까지 차례차례 점검과 예방을 위해 예산은 물론 기구를 편성 강화하여 국민들의 창자를 끊어놓는 단장시키는 일이 없도록 행복한 나라를 세워주시길 우리 국민들은 기대한다.

지금은 고대의 치산치수(治山治水)와 같은 정치수준의 모토(motto)를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으로 단장없는 사회를 이룩하는 정치상황이 아닌가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