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비(屈非) 퇴허자 |
| 2014년 11월 24일(월) 2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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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광주매일신문에 게재된 ‘사람을 살리는 게 정치다’라는 제목의 남성숙 칼럼을 읽고 동감(同感)과 함께 의분(義憤)으로 이 글을 쓴다. 평소 남성숙 주필은 사회적 이슈나 개선해야할 병폐가 있을 때마다 정론을 펴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여걸형이어서 그의 글을 자주 애독해 왔었는데 이번 칼럼에서 그의 필치는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분노를 공감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우리 사회는 사회 구석구석마다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적폐들에 대해서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대참사 이후 우리 국민들이 겪은 슬픔과 분노는 아직도 전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데 또 다시 장성 요양원 참변과 담양의 펜션화재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모두 다 그 원인은 소위 우리들의 안전불감증이라는 인재(人災)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 남 주필은 특히 이번 담양 펜션화재의 큰 문제점을 펜션의 실제주인이 광주 북구의원으로서 지역살림을 감시해야할 당사자라는 것과 또 국유지를 불법으로 점용하면서까지 불법영업을 하였으며 화재예방대책도 없었고, 4명의 생목숨을 앗아갔는데도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를 정치인으로 공천한 새정치민주연합도 그 어떤 반성의 목소리도 없다는 점 등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이어 남 주필은 성토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정치인하면 위선자, 부정부패를 일삼는자, 말장난이나 하는 사람, 쇼를 잘 하는 사람, 이중인격자, 철새, 이권개입이나 하는 사람 등으로 생각해 왔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러한 촌철살인의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뭐라고 변론해줄 말이 없다. 그만큼 한국정치풍토는 오염되고 썩어 있다는 반증이다.
왜들 이럴까? 도대체 언제쯤 한국정치는 쇄신되고 변화되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오는 것인가? 이 지역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유권자들은 타 지역의 온갖 비난과 질타를 감수하면서까지 흔히 하는 말로 선거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표를 주면서 호남 정치인들을 감싸고 지지하고 기다려 왔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 지역의 유권자들은 실망과 좌절만을 맛보았을 뿐이다.
정치는 우리들이 일용할 양식이요 매일 받아야 할 밥상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정치가 부패했다고 던져 버릴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돌 섞인 쌀을 일궈 먹어야 하듯이 우리의 슬픈 손놀림은 계속 쌀을 씻어야 한다. 하지만 말이다. 돌밥을 먹이는 그런 사이비 정치인들은 반드시 가려내어 권선징악의 철퇴를 피할 수 없도록 엄히 심판해야 한다. 그 일은 우리 유권자들, 시민의 몫이다.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시민의식과 사회지도층 그리고 오피니언리더들의 냉엄한 비판의 질타가 이어져야 한다.
그런 뜻에서 내가 먼저 남성숙 주필의 필봉을 이어 받아 이 글을 썼으니 누군가 다음 주자가 나와 바톤 터치를 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그리고 광주 북구 주민들은 주민소환제를 발동시켜 담양 펜션화재참사의 막중한 책임을 물어 해당 북구의원을 소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법과 사회정의가 바로 설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지난번 칼럼에서도 말한 바 있거니와 4·16 세월호 참사를 불망일(不忘日)로 정해서 해마다 조기를 게양하는 날로 법정화 하기를 제안한다. 그리하여 네탓 내탓만 가릴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안전불감증을 통감하여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전 국민이 각성하는 국조일(國弔日)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영광굴비는 자고로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렸던 귀한 음식이었다. 조기를 해풍(海風)에 잘 말리면 굴비가 되는데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른 등이 굽은 조기를 보고 “모두들 내 앞에만 오면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는데 조기 너마저도 구부러진 모습이구나! 오늘부터 네 이름을 굴비(屈非)라 부르고 다음에 오를 때는 등을 펴고 올라오너라” 하였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다. 제발 구부러진 정치행각은 국민들 앞에 보이지 말라고…, 굴비정치(屈非政治)는 국민을 속이는 정치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