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우리네 문화’ 추상화폭에 담아 붓질 故 최종섭 화백 ‘코리안 환타지’展…광주시립미술관 초대 기획 지역에 ‘추상미술’ 도입·현대미술운동 기여…30년 예술세계 망라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1월 26일(수) 20:08

고(故) 최종섭 화백 생전 모습.

고(故) 최종섭(1938-1992) 화백은 지난 1960년대 전후 광주·전남지역에 추상미술을 본격 도입하며 한국현대미술운동에 기여했던, 지역미술사의 중요인물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1957년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강용운·양수아에 이은 지역의 추상미술 제2세대 작가로, 추상미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의 토착화를 위해 30여년 간 애썼던 작가로 알려졌다. 그의 화업은 광주사범학교 시절 광주지역 추상화의 선구자인 강용운과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당시 한국화단은 젊은 유학파들에 의해 구상미술이 ‘국전’이라는 무대를 발판으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구상미술이 힘을 얻었던 이때 최 화백은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광주화단의 추상미술운동을 이끌었고, 추상미술의 토착화를 위해 ‘에뽀끄(Epoque)’ 그룹을 결성해 예술세미나, 현대미술제 유치, 국제교류전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그는 70년대 초반 흰색과 선을 이용한 백색시리즈에 이어 70년대 후반 다갈색 페인팅 작업으로의 변화를 보여줬다.

최종섭 作 ‘코리안 환타지(Korean Fantasy·1985)’

이후 서구미술에 대한 우리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개입시키려는 그의 부단한 탐구는 특유의 ‘종이’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과감히 캔버스를 버리고 닥나무 껍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한지(韓紙)를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작업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우리 것’ 찾기의 일환으로 백제 토기의 텁텁한 색감이나 빗살무늬, 한옥의 창호지를 통해 한국인의 무의식에 내재한 것들을 표현해내고자 했던 것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심상에 있는 주관적인 개념이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질을 탐구하고, 그 내면적 조형적인 질서를 새로운 관점으로 이끌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코리안 환타지(Korean Fantasy)’를 창조하기에 이른다. ‘코리안 환타지’라는 제목으로 시도됐던 최 화백의 작품들은 우리의 것, 우리네 정서, 우리의 문화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의 본질은 ‘한국적 풍토와 정서’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1992년 일찍이 세상을 타계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아직도 추상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화백이 타계한 지 22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이 ‘2014 원로·작고작가 초대전’으로 ‘최종섭-코리안 환타지(Korean Fantasy)’를 기획, 내년 2월22일까지 본관 제 3, 4전시실에서 선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매년 지역미술계와 한국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원로·작고작가를 선정, 초대전을 개최함으로써 그 예술성과를 연구·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초기 작품부터 1992년 병상유작까지 최 화백의 예술세계 30년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 개막행사는 27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문의 062-613-7143.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