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구걸할 때만 호남 찾는가

2014년 11월 26일(수) 20:48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주자들이 호남을 자주 찾고 있다. 내년 2월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야권 바닥민심의 풍향계라 할 수 있는 호남을 향한 구애경쟁이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오는 28일 분권성장과 균형발전을 테마로 전남 나주 혁신도시를 방문한다고 한다. 호남의 예산 소외에 대해 단 한마디로 하지 않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을 찾는 것에 대한 호남쪽의 불만을 알고 있다면 이번에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박지원 의원도 26일 광주를 방문, 전남대에서 ‘호남정치 복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박 의원은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서 당 대표-대선주자 역할분담론을 내세워 대선 실패를 극복하려면 남은 기간 우리 후보를 단련시키고 국민 속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의원도 전북 전주를 찾아 전북대에서 ‘정치와 국민의 삶’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다만 자칫 ‘줄세우기’ 내지 ‘세몰이’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공개로 특강 일정만 소화하고 ‘조용히’ 상경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권 도전자들의 이런 행보에 대해 호남인들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국 정당화라는 미명 아래 호남이 전면 나서고, 지도부를 구성하면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호남 정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호남 유권자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인들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정당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부터 호남 차별과 소외가 만연화돼 있다.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들어 소외와 배제는 도를 넘어섰다. 국가 의전 서열 15위 이내 호남 인사는 없다. 호남 홀대가 이토록 노골화될 때 호남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던 지도부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구애에 나선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호남의 가치 실현, 호남 낙후 해결 의지가 없는 인사들이 표를 구걸하기 위해 선거철에만 호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