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금, 어디가 가장 아픈가요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11월 26일(수) 20:48

행복한 인간관계론을 말한 미국 작가 데일 카네기는 상대와 얘기할 때 ‘자신의 말은 1분만 하고, 상대방의 말은 2분 동안 들어주고, 3분 동안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쳐라’고 강조했다. ‘아, 그래~’, ‘그렇구나~’ 등 공감 맞장구는 말하는 사람의 힘을 솟게 한다. ‘그런 얘기였군요~’ 등 정리하는 맞장구는 말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해준다. 소리꾼이 긴 판소리를 완창하기 위해서는 곁에서 ‘얼쑤~’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는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듯 대화에서도 리듬을 타는 것처럼 공감을 표현해주는 맞장구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에 필자와 광주 대각사 주지 퇴허자 스님도 하나의 주제로 맞장구를 쳤다. 필자가 본지 11월 20일자 칼럼난에 ‘사람을 살리는 게 정치다’를 게재하자 그 내용에 깊이 공감했다며 퇴허자 스님이 본지 11월 25일자에 ‘굴비(屈非)’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좋은 내용이 더 확산되려면 맞장구 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맞장구에 또 맞장구를 쳐서 큰 울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사람을 살리는게 정치다’ 내용은 ‘담양펜션화재사건’과 관련, 주인이 정치인인 점을 지적하고 책임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덧붙여 퇴허자 스님은 ‘정치는 우리들이 일용할 양식이요 매일 받아야 할 밥상과도 같은 것, 사람이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정치가 부패했다고 던져 버릴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돌 섞인 쌀을 일궈 먹어야 하듯이 우리의 슬픈 손놀림은 계속 쌀을 씻어야 한다. …사이비 정치인들은 반드시 가려내어 권선징악의 철퇴를 피할 수 없도록 엄히 심판해야 한다’며 사회지도층, 오피니언리더들의 냉엄한 비판·질타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누군가 다음 주자가 나와 바톤 터치를 해 정치클린운동이 일어나길 간곡히 바랬다.

그러나 스님의 바램은 그저 ‘희망’에 그칠 것이다. 언제부턴가 광주·전남 지역사회는 ‘옳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지역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이 편’ ‘저 편’에 따라 왜곡·폄훼가 심해 옳은 가치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렸다. 최근 광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하철 2호선 건설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않고 찬성과 반대 목소리만 크다. 찬성을 하는 사람들은 왜 찬성을 하는지, 건설해야 할 명분과 가치가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놓아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왜 반대를 하는지, 건설하면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또 제시해 시민 전체가 ‘합리적인 선’을 찾아낼 때까지 선의의 논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토론 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이익계산만 난무한다. 찬성을 위한 찬성,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광주발전’이라는 화두를 놓고 벌이는 ‘맞장구 토론’이 없다. 그러니 오해와 곡해가 난무하고, 결국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원각경(圓覺經)’에는 ‘사람의 마음 하나가 이 세상의 결과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이 마음을 근본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그 해결도 마음이 하는 것, 따라서 마음이 어떠한가와 마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세상의 상황이요, 그 정체다. 그런데 인간은 객관적 상황인식에 대한 심리적 차이를 노출하면서 망념에 집착된 자기 소견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잘못 보는 자, 틀리게 보는 자가 큰소리치는 상황이 전개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손가락을 달이라고 우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논쟁은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반면 대화는 저 사람의 옳음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저 사람 얘기에 공감하면서 저 사람 눈에 비친 나를 보는 것이다. 논쟁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논쟁은 반드시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주장만 하지 말고 대화하면서 상대 관점에서 자기를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갈등과 분쟁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청과 대화를 통해 해결을 위한 작은 합의, 공통의 분모가 만들어지려면 자기주장을 체념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광주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태도다. 사회적 합의는 결과가 선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이 선해야 한다.

지금 광주지역사회 중심은 어딜까.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딘가. 가슴? 마음? 아니다. 발가락이 아프면 발가락이 중심이 된다. 귀가 아프면 귀가 중심이다. 이 세상의 아픈 곳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고, 또 지금 우리 사회가 앓는 분쟁과 갈등의 현장이다.

필자는 정치야말로 사회 가장 아픈 곳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정치인이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 지역, 계층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위아래, 남과 북, 서로 다른 모든 것을 이어주는 일, 좌우, 진보 보수, 왼쪽 오른쪽을 이어주는 일을 정치인이 하기 때문에 선거까지 해서 혈세를 지급하고 있다.

자치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자체장들은 분쟁과 갈등을 문제 상황으로 바라볼 게, 그게 진리를 드러내는 더 큰 공동선을 만들어 가는 에너지가 되도록 열린 토론을 해야 한다.

퇴허자 스님의 작은 소망, 지역 정치인이 열린 자세로 ‘정의’에 맞장구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길 바란다. 거친 논쟁이 아니라 ‘옳음’을 찾는 따뜻한 대화가 절실한 늦가을이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