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복원은 ‘원본성’을 지켜주는 것” 조자현 서울 ‘제나 미술품보존스튜디오’ 대표 광주서 5개월 머물며 복원작업 펼쳐…예향의 美 느껴 “전문적 미술복원시스템 구축 꿈” 광주에 자주 오고파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1월 27일(목) 18:34

미술품보존전문가 조자현씨. /김애리 기자kki@kjdaily.com

“많은 이들이 미술품 원본의 중요성은 알면서도 복원이나 보존의 개념에 대해선 매우 낯설어합니다. 작품의 원본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보존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갈수록 미술품보존과 복원은 미술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며,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될 것입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미술품보존전문가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하는 조자현(34)씨. 그는 서울에서 ‘제나(ZENA) 미술품보존스튜디오’ 대표로 활동하며 의욕 넘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화전문보존복원연구가다.

제나(ZENA)는 제 것으로의 자신, 즉 원본성(Originality)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만큼 보존의 맥락은 원본성 지키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조 대표의 철학이다.

조 대표는 “사람이 아플 때 의사가 치료해주듯 미술작품에 이상이 생기면 미술품 복원가가 치료를 해주는 것”이라며 “치료는 태초 건강한 상태로의 복귀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미술복원 역시 작가가 작품을 막 완료한 상태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복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광주의 한 대형미술관과 관련인들을 통해 3-5점의 작품에 복원작업을 했다. 지난 6월부터 5개월가량 광주에 머물며 작업을 했다. 광주는 조 대표에게 외가의 고향이자 터다.

조 대표는 “그동안 해외나 서울에서 복원작업을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광주에서는 이번 작업이 처음”이라며 “외가식구들이 살고 있는 광주에 머물면서 미술관 작품 복원과 더불어 광주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전당,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을 보며 문화중심도시의 미래를 가늠하게 됐다. 특히 예향답게 미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도시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미술복원이 한 전문분야로서 인정받기보다는 몰래 진행해야 하는 은밀한 작업쯤으로 치분되는 현상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는 게 조 대표의 말이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이 인위·자연적, 재료·기법 등의 피해로 훼손되거나 온도·습도·빛·공기의 적용이 적절치 않을 때 부패할 경우가 있어 복원가들이 이를 복구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복원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작품가치가 떨어진다고들 생각해 복원의 필요성이나 이력을 숨기려는 경향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현재 세계 곳곳에서 미술품 보존연구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조 대표는 “외국의 경우 미술품복원은 하나의 전문분야로 인정받고 있는데다 복원과정을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공개해 교육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폐쇄적인 편인데, 그래서 이 편견의 틀을 깨 미술품복원을 전문분야로 정립시키는 게 꿈”이라고 피력했다.

조 대표는 애초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고 2008년 홍익대 미술대학 예술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회화보존분야의 매력에 빠져 영국으로 유학, 2011년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회화보존복원 석사를 졸업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들도 수없이 많다. 권옥연, 박비오, 서동진, 안창홍, 오원배, 문학진, 윤재우, 이상원, 임옥상, 임직순, 오승우, 윤형근, 진영우, 정수진, 최광자, 황술조 등 한국 근·현대작가들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싸이 톰블리,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인디애나 등 국외 현대작가들, 그리고 20세기 유럽 초상화 등의 작품을 조 대표가 복원했다. 또 올해 초 한국학중앙연구원 회화 소장품 보존처리를 총괄했고, 앞서 서울시립미술관과 난지창작스튜디오 등의 작품 보존에도 참여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미술품복원 관련 비영리재단을 만들어 이 분야의 과학화와 전문화를 꾀하고 싶다”며 “앞으로 광주에 와서도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고, 아시아문화중시도시인 만큼 더 자주 와서 일하게 될 것도 같다”고 전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