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떠난 팽목항 세월호 가족 외로운 사투 범대본 철수·정부 지원 끝…시민 기부 식재료로 식사 자비로 낚싯배 빌려 사고 해역서 민간진상조사 준비 진도=박세권 기자·연합뉴스

2014년 11월 27일(목) 20:19

세월호 실종자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인파로 붐비었던 진도 팽목항은 정부의 수색 종료 선언후 황량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몇 명만이 차디찬 해풍을 맞아가면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27일 진도 팽목항에는 따사로운 햇볕아래 피붙이의 소식이 간절히 들려오기만을 고대하는 사람들이 임시거처와 항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세월호 실종자 권재근 씨의 권오복(59)씨는 임시 거처에서 나오면서 “요즘 바닷바람이 차가워 숙소 안에서만 지냈다”며 “범대본 철수 이후 대책회의도 없고 하릴없이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권씨처럼 가족을 찾지 못해 진도를 떠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은 허다윤, 양승진 가족까지 모두 세 가족이다.

이들을 조를 나눠 매일 팽목항을 지키면서 서로 의지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이제 3명만 남았다. 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매끼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하며 가족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은 세월호 사고 관련 인력과 시설이 모두 철수하면서 썰렁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었다. 팽목항 가족식당 칠판에는 전국 곳곳에서 음식재료를 보내준 고마운 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된장 1통, 찹쌀 1되, 밑반찬 등 시민들은 자발적인 기부로 정부의 지원이 끊긴 팽목항에 한 끼 식사가 차려지고 있었다.

식당자원봉사자 박모(45·여)씨는 “시민들이 음식재료를 보내줘서 가족들이 밥 한술 뜰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범대본이 철수하면서 팽목항에 있던 의사와 약사 등 의료인력까지 철수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며칠 전에도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갑자기 아파 서둘러 승합차를 직접 몰고 병원까지 가야 했다.

전날 민간조사기구 구성을 공식발표한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족들은 자비를 털어 낚싯배 한 척을 빌렸다.

사고해역을 살펴보기 위해 동거차도에 들어간다는 유족들은 말은 아꼈지만 민간조사기구 사전준비를 하려는 듯 보였다.

일부 가족들은 민간조사기구 차원에서 선박이나 장비를 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자문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가족들을 실은 배가 물살을 가르며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진도=박세권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