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고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취재수첩 노병하 정치부 차장 icepoem@kjdaily.com

2014년 12월 04일(목) 20:43

“(예산을) 깎을 테면 깎아봐라 그런 식입니까?”

4일 광주시 예산결산심사가 시작한지 10분이 채 안될 무렵, 광주시의회 김보현 의원(서구2)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광주시 예산안 심사에서는 시 집행부의 예산안 설명과 전문위원 설명에 이어 의원 질의를 하던 중이었다.

김 의원은 “민선6기 들어 공무원들이 달라졌다. 삭감 예산에 대해 이렇다할 설명도 하지 않고 깎을테면 깎아봐라는 식이다”면서 “예전 강운태 시장은 시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될 경우 사업의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설명이 부족했다고 여기고 공무원들에게 강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100억대 예산이 삭감될 예정인데도 하위 실무진만 뛰어 다니고 국장들은 앉아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며 시 고위 공무원들을 질타했다.

김 의원의 성토를 해석해보면 이렇다.

지난달 광주시의회 상임위에서 내년도 광주시 예산 3조8천억원 가운데 102억원을 대폭 삭감해 예결위에 올렸다. 본디 이번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들 대부분은 사업에 대한 ‘설명 부족’이거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즉 다시 말해 사업 설명을 좀 더 보강하고 또 일부는 변경한다면 충분히 예산 부활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의원들이 직접 한 말이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변화가 없다. 아니 변화가 있더라도 그것을 설명하는 공무원들이 없다. 그냥 제출하고 ‘누군가는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다. 그저 주임과 계장급의 공무원들만이 전령처럼 시와 시의회를 뛰어 다닐 뿐이다. 그 윗선들은 그야말로 복지부동이다.

과거 민선6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보자. 한 전임 시장은 시의회 상임위에서 예산이 삭감이 되자 “예산안 삭감 결과를 인사 고과에 반영한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관련 공무원들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약간의 과장을 보태 목숨을 걸고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또 다른 시장은 삭감 예산안에 대해 직접 보고를 받고 어디가 잘못됐는지 직접 분석해 해당 관계자들을 강하게 문책했다.

예산 심의란 시민의 세금을 적정 사업에 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옆에서 누군가 ‘이것은 설명이 덜 돼서 안된다’라고 말했다면 당연히 설명을 해야 한다. 그것은 그 사업을 추진한 목적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절차가 없다면 그 사업이 사실은 할 필요가 없거나 아니면 잘못된 사업이라는 의미 밖에는 안된다.

당혹스럽게도 이번 예산 삭감안에는 윤장현 시장의 주요 정책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앞서 언급한 말과 연결하면 광주시 고위 공무원에게는 삭감된 윤 시장의 주요사업이 ‘할 필요가 없거나 잘못된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 부활 노력을 안하는 게 아닐까.

이날 끝내 김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예산안 심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그냥 상임위에서 올라온 안건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의원들의 추가 삭감안에 대해서만 결정을 해야한다”며 정회를 요청했고 결국 개회 10분만에 심사는 멈췄다.

이후 30분 뒤 다시 정회가 이뤄졌지만 김 의원의 마지막 말은 계속 가슴에 무겁게 남았다.

“시의원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윤 시장님이 애잔(애처럽고 약함)할 따름입니다.”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