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 출세(出世) 윤은상 |
| 2014년 12월 11일(목) 2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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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입신양명하여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녀가 출세하기를 바라는 것이 이 땅의 모든 부모님의 마음일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출세를 위해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강남의 좋은 학원에 보내면서 중·고등학교 과정까지 미리 마치도록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순간 긴장을 놓으면 내신이 떨어져 명문 대학에 들어 갈 수 없다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계층 상승과 출세의 보증 수표가 됐다. 그래서 강남에 있는 학군을 선호하며 과외나 학원비로 매월 고액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강남 3구에서 서울대에 무려 390명이 합격됐고, 대원외고 출신이 판·검사에 가장 많이 임용됐다. 이제는 개천에서는 용이 떨어지고 강남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됐다. 최근에는 자녀가 출세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경제력과 정보력이 아이들의 성적 상승에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행정·사법고시는 안전한 일자리이며 계층상승, 성공이나 출세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한다 할지라도 고위층, 배경 있는 가문의 자녀가 아니거나 성적이 뛰어나지 못하면 주변인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는 의대 교수에게는 항상 사회적 약자이다. 그들도 전문의나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교수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했을 경우 환자와의 접촉이 차단돼 수술실에 들어가기 어렵고 조직사회에서 퇴출되지 않을까 염려를 하게 될 것이다. 권력의 상징인 부장검사 중에서도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권력에 충성하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대부분 장관 진출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출세를 강하게 지향하면서도 출세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칙대로 갈 수 없는 길이라면 변칙과 반칙을 통해서라도 출세의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 출세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탁월한 충성심과 조직중심의 마인드를 검증 받은 사람이다. 그들은 샅바싸움에도 능하다. 교과서에 적힌 딱딱한 원칙이 아니라 어디를 잡아야 끌려오고 내편이 되는지 실전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출세의 숨소리와 땀 냄새를 맡고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출세는 주류인 보수가 7대3의 비율로 강하다는 것을 알고 보수 세력으로 줄을 서게 된다.
그러나 출세 못지않게 자신이 어렵게 쌓아 올랐던 자리와 명예를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많은 출세자들이 출세에만 눈이 어두운 나머지 지키는 데에 소홀히 하여 출세 정점에서 순간적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직이 공무원 개인의 출세의 자리이고 각 기관의 권한이 소속 공무원의 권한이란 인식이 잔존하고 있다면 승진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경쟁자 간의 투서와 중상모략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높아져 가고 있는 국민의 기대감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갈 수 있겠는가?
세상의 이치를 온전히 깨달았던 공자도 노나라에서 벼슬을 한 후 물러나 각국을 다니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군주를 찾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갈량을 흠모했던 시성 두보도 어진 임금을 만나 백성을 사랑하고 선정을 베풀었던 제갈량을 몹시 부러워하면서 자신도 뜻을 펼치고 싶었지만 찾아 주는 군주가 없음을 몹시 아쉬워하며 ‘촉상’이라는 시를 남겼다. 80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전격 발탁됐던 천재 경제학자 김재익은 당시 계획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해서 한국경제가 질적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세상을 철저하게 준비했던 이들도 자신의 이상과 꿈을 현실정치를 통해서 실현하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출세란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된 자가 세상에 나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공직자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면서 나라가 나를 부르면 나아가고 때론 조용히 물러설 줄 아는 덕목 또한 필요하다. 에머슨의 말처럼 나와 함께 있으므로 교육 환경이 개선되고 나로 인해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고 내가 떠날 때 약간의 아쉬워하는 사람만 있더라도 진정한 출세자이고 성공자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