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의 회항을 위해 김혜민 변호사

2014년 12월 15일(월) 20:24

곧 종영을 앞두고 있는 모 드라마의 인기가 매우 뜨거워서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술도 마시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 드라마가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냈기에,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드라마 속 등장인물에 자신의 현재 모습 혹은 과거의 모습을 투영해 가며 깊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공감을 할 뿐만 아니라 감동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바로 주인공이 속해 있는 영업팀의 상사가 보여주는 인간미 때문이다. 이 상사는 계약직 사원인 주인공의 열정과 잠재적 능력,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알아채고 주인공이 처해 있는 고달픈 계약직 사원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면서 주인공이 스펙과 계약직 사원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좌절하지 않도록 애를 쓴다. 또한 상사는 주인공이 계약직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정직원 못지않게 참신한 아이디어로 회사 내에서 주목을 받으면 무척 기뻐하고 대견해한다.

어떤 이는 그러한 상사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런 상사만 있으면 일할 맛 나겠다.”라고 하고, 어떤 이는 “저런 상사가 어디 있어?”라고 하며 어떤 이는 “드라마니까 가능한 설정이다.”라고 평한다. 그러면서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근무 중인 주인공을 등 뒤에서 안타깝게 쳐다보는 상사를 보며 누구나 뭐라 말할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그러한 상사가 있는 영업팀이기에 비록 회사 내에서 실적은 저조하지만 팀워크 하나만큼은 다른 팀 저리가라이다. 대리들이 모여 차장에 대하여 험담을 할 때 다른 팀 대리들이 이 팀의 대리에게 위 상사를 험담하면 도리어 이 팀의 대리는 불같이 화를 낸다. 자신의 상사에 대하여 험담을 하면 다른 팀 직원들이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현실과는 다른 모습이다.

요새 땅콩회항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의 문제에 대하여 따끔하게 혼내려는 것으로 이해가 되려나 싶다가도, 결국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는 훈계가 아니라 인격적인 모욕이며 갑의 횡포다.

삼국지의 조조에게는 유독 적군에 있다가 조조에게로 온 자가 많았는데, 조조는 지극정성으로 부하들을 대했고 부하가 어제의 적이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부하직원들 개개인의 능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끔 격려하고 믿어주었다. 그러한 조조에게 적진의 부하들도 충성을 다하겠다고 찾아왔으며 실제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조조라면 땅콩회항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위 드라마의 상사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우리 식구라 생각하고 바라보는 나도 이런 서비스에 이렇게 화가 나는데 일반 승객들은 어떠하겠느냐. 다음부터는 사소한 것이지만 사소하게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라.”고 다독거리고 오히려 그 실수가 민망할 정도로 격려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해당 직원을 부르고 무릎 꿇리는 게 아니라 직원이 있는 곳에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면서 다독이고 돌아왔다면 어땠을까.

고성으로 비행기를 회항시킨다 하여 직원들의 충성심과 애사심도 돌아오겠는가. 애꿎은 비행기만 돌아왔고 해당 임원에게 돌아온 것은 충성심과 애사심이 아니라 전 국민의 비난일 뿐이다. 드라마 속 상사의 따뜻한 인간미와 조조의 탁월한 사람경영법이 새삼 더 대단해 보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