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全 당원 투표로 공정 경선 하라 박주선 |
| 2014년 12월 21일(일) 19:11 |
|
새정치민주연합은 1990년대 민주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당 대표 선출 때마다 특정 세력의 당권 진입을 위해, 전당대회 경선 룰을 부침개 뒤집듯 바꿔왔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2번의 전당대회 동안 당 대표 경선 룰은 총 8번 바뀌었고, 특히 2008년 이후로는 매회 다른 룰로 경선을 치렀다.
매번 다른 룰을 적용하니 당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당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공정한 경선을 위한 전대 룰은 후보 간의 합의나 표결에 따라 왔다 갔다 하기 부지기수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할 때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가 강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는 단일성 지도체제로 바꿨고, 또다시 계파별 나눠먹기가 필요할 때면 이전 제도를 꺼내오는 방식이었다. 정치 혁신이라며 도입한 새로운 경선 룰을 다음해에 곧바로 폐기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수시로 바뀌는 전대 룰 때문에 당의 기본인 제도와 규칙이 쉽게 흔들리는 것은 당 기반 자체를 허약하게 만들어버렸다.
2015년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간 경선 룰 샅바싸움이 또다시 시작됐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소속 의원들은 일반 국민과 대의원 참여 비율을 놓고 치열하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이번에는 ‘권역별 최고위원제’라는 룰이 새롭게 언급되면서 계파전쟁의 뇌관이 추가로 등장한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규칙을 확정했다. 선거인단 비율은 대의원 45%와 권리당원 30%로 결정됐다. 일반당원과 국민 비율은 25%다. 국민여론 조사는 15%, 일반당원 여론조사는 10%를 반영한다. 지난해 5·4 전당대회에 비해 대의원 비율이 5% 낮아진 반면 일반당원·국민 비율은 5% 높아졌다.
그러나 이 경선규칙에 대해 당원들은 불만이 높다. 계파의 유·불리에 따라 야당의 경선 룰이 엎치락뒤치락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이 추구된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싸움이다. 경선 룰이란 결국 더 적합한 당 대표를 뽑기 위해 정하는 건데, 어떤 제도가 자신에게 더 유리한지만을 두고 싸우기 때문에 경선 룰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식으로 하며 특정 계파가 당권은 가질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을 향한 사회적 지지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번 대표 경선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이 변하기를 갈망하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전 당원 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선 룰은 정치적 변방에서 중심으로 무게중심으로 옮기려는 호남 정치권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더군다나 2012년 6·9 전당대회때 전면 폐지됐던 권리당원 지역별 보정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2·8 전당대회 당헌·당규 분과위원회는 영·호남 간 권리당원 차이에 따른 당원 보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계파가 영남지역 권리당원 보정 문제를 꺼내들고 있다. 영남은 권리당원이 적은 만큼 4명당 1명의 대의원을, 호남은 150명 당 1명의 대의원을 인정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분명 호남에 대한 역차별이다.
호남 정치권은 권리당원 보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원칙을 바꾸는 것은 있을수 없다. 권리당원이 많은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영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호남권 당원에 대한 혜택을 주지 않고 있으며 다른 정당들도 지역별로 권리당원 수를 문제 삼고 있지 않다.
권리당원을 비롯 대의원, 일반당원 및 일반국민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 비율이 호남 정치권 위상 확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권리당원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당원중심의 당 운영을 강조하고도 전당대회 때만 되면 중앙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수 있는 경선방식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당원에 대한 무시행위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은 전당원 현장투표제를 원한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전 당원이 누구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계파와 개인의 안일을 위해 정치하는 당내 정치인들 때문에 당원과 국민이 더 이상 새정치연합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극복해 대중정당의 면모를 갖추어 수권정당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전당원이 공정하게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 변화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다시 패거리 정치를 위해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치르지 않을 경우 포장만 바뀔 뿐 내용물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국민은 지금 야권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아예 새판 짤 것을 요구한다. 국민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당원 투표로 당원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