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잔수 등 전통적 가치…전승과 활용에 큰 관심 ●‘농악’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전남은 국가 지정 1종·전남도지정 문화재 5종 보유 화순 빠른 가락·영광 민속극·곡성 기교 발달 고흥·진도선 임란 군대 사기 고취 위해 연주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2014년 12월 22일(월) 20:33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다수의 행사장에서 공연된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전남지역에 전승돼 온 국가지정 구례잔수농악, 화순한천농악(사진 위부터) 등 도지정 5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농악’이 지난달 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전남 농악의 전승과 활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악은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다수의 행사장에서 공연됨으로써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전남은 국가 지정 1종과 도지정 5종을 합해 모두 6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선 보유단체의 동의서를 요구해 지난 1월 구례 잔수농악, 곡성 죽동농악 등의 동의서를 문화재청을 통해 제출한 바 있다. 도는 농악 무형문화재 6종에 대한 공연의 정례화와 원형 보존 전승을 위한 기록화, 홍보와 활용을 위한 교육 활성화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이미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강술래, 판소리, 아리랑은 물론 다른 분야 무형문화재 예능 종목과 연계해 전국화, 세계화를 추진키로 했다.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전남의 농악을 살펴본다.

◇구례잔수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 2010년 10월21일 지정)

구례읍 신월리 신촌마을에서 전승되는 농악으로 호남 좌도농악의 성격과 특징을 갖췄다. 기본적으로 당산제만굿, 마당밟이, 판굿으로 구성돼 마을굿으로서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당산제만굿은 매년 정월 초사흗날 농악대가 오전 10시부터 마을의 당산을 돌면서 굿을 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굿을 마친 후에 농악대는 각 가정집을 다니면서 액을 물리치기 위한 마당밟이를 하며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동참하는 판굿으로 이어진다.

전문적인 농악집단에 의해서 전승되는 것이 아니고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잔수농악은 과거 구례는 물론 인접한 순천 남원 일대까지 그 명성이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다.

과거 운영과 관련된 문서도 전하고 있는데 1954년부터 작성된 ‘농악위친계칙(農樂爲親契則)’과 ‘농악취친계 계재수지부(農樂爲親契 契財收支簿)’가 그것으로 그동안의 관련 계칙과 재정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구례잔수농악보존회, 대표 김용현, 회원수 50명)

◇화순한천농악(전남도 무형문화재 제6호, 1979년 8월3일 지정)

전남도의 농악은 연행방식·복식·음악성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크게 좌도굿과 우도굿, 도서해안굿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좌도굿은 전남 동북부 산간지대에서 발달한 농악으로, 단체놀이가 뛰어나고 빠른 가락과 동작이 주가 되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윗놀이에 치중하는 반면 밑놀이 굿가락은 담백하게 진행되는 인상을 준다.

동복면을 중심으로 한 화순 한천농악은 좌도굿에 속하며 약 200년 전부터 전승됐다고 한다. 특히 채굿이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현재 노승대씨가 예능보유자다. (화순한천농악보존회, 대표 박춘백, 회원수 33명)

◇우도농악(전남도 무형문화재 제17호, 1987년 8월25일 지정)

우도농악은 전남 서부평야 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특히 영광지역에서는 영무장 농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무장 농악이란 영광, 무장(고창), 장성, 함평 등에서 전해 내려온 농악을 말하며 장성에 기거했던 고 최화집 선생을 제1대 상쇠로 맥을 잇고 있다. 농악단 편성은 대표기, 농자기(農者天下之大本) 령기(令旗), 나팔, 쇠납, 쇠, 징, 장구, 북, 소고, 잡색놀음이 다양하게 잘 구성됐고, 특히 소고놀이는 몸짓이 다양하고 화려해 일품이다.

영광우도농악의 잡색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오동나무로 수작업을 해 만든 목탈을 쓰고 민속극과 연희놀이를 하며 즐긴다. 목탈작업 기술과 기구는 현재 문한준 선생이 보유하고 있다. 탈의 종류는 대포수, 양반, 참봉, 할미, 조리중, 비리쇠, 홍적삼 등 총 10가지다.

1월초(정월)에 당산제를 지내고 공동우물(샘)굿, 마을천룡굿을 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가정에 재앙을 몰아내고 행복을 비는 마당밟이 굿을 치는데 그 중 상쇠놀이와 설장구놀이가 뛰어나다. 상쇠 문한준과 설장구 김동언씨가 예능보유자다. (우도농악보존회, 대표 최용, 회원수 61명)

◇고흥월포농악(전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1994년 12월5일 지정)

도서해안굿의 일종으로 임진왜란(1592) 당시 군대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농악을 연주한데서 시작됐다고 전해지나 확실하지는 않다. 농악의 구성은 덕석기·농기·농악기·영기·쇠·농부·징·장구·북·벅구·소고·대포수·양반으로 돼 있다.

문굿을 온전히 보존해 치고 있고 당제와 관련해 종교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며, 춤과 기예가 활기차고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농부’라는 소년의 역할이 돋보인다. 강양대씨가 예능보유자다. (월포농악보존회, 대표 황성남, 회원수 45명)

◇곡성죽동농악(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 2002년 4월19일 지정)

호남 좌도농악의 계보를 잇고 있는 전남의 대표적인 마을이다. 좌도농악은 쇠가락과 상쇠의 부포놀음이 발달해 섬세하고 어려운 기교들이 많다. 또 가락과 동작이 빠른 편이고 단체기술이 발달했다.

죽동농악은 마당밟이나 당산굿과 같은 마을굿에서 시작해 인근마을에 걸궁을 하는 들당산과 날당산굿, 그리고 판굿까지 한 바탕 전체를 전승하고 있어서 다른 어떤 지역의 농악보다 화려하고 많은 보유 종목을 자랑한다.

1998년 남도문화제에 출연해 종합 최우수상과 1999년 한국 민속예술축제에서 우수상(문화관광부장관) 등 전국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죽동마을은 풍물강습에 맞도록 정비된 전수관과 앞마당에서는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박대업씨는 기창수씨와 강순동씨의 대를 잇는 기능보유자로 상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곡성죽동농악보존회, 대표 박춘업, 회원수 26명)

◇진도소포걸군농악(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 2006년 12월27일 지정)

소포마을의 공동체적인 삶에서 현재도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임진왜란에 유래를 둔 내력과 도둑잡이 등의 풍물특색, 그리고 상쇠의 계보가 갖춰져 남해안 마을 굿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예술성과 체계적 구성이 돋보이는 민속예술로서 가치가 있다.

보존회는 지난 1922년부터 공연 기록이 확인되며 1964년 소포걸군농악단으로 설립돼 남도문화제, 영등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전수하고 있다.

상쇠의 전승계보는 ‘박학삼-정덕관-고유권-임화춘-임월판-김홍국-김오현-조열환’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조열환은 소고부터 시작했고, 쇠를 잡은 것은 20년 전부터이며 1995년부터 상쇠를 맡고 있다.

설북은 진도 설북의 명인이었던 박태주에게서 17세 때부터 배운 김내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50여년을 활동해 왔으며, 북춤의 원형을 오늘까지 유지해 온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설농기는 ‘김흥식-주동기-박용호, 박봉선, 김홍배-홍복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기는 굿판에서 악기를 들지 않고, 머리에는 상모를 쓰고 양손에는 삼색띠를 잡고 연행을 한다. 홍복동은 전통적인 양식의 ‘부들상모’를 제작하는 기능과 놀릴 수 있는 예능을 전승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포걸군농악보존회, 회원수 25명)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도움말=김희태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