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후진국 부끄러운 자화상 염전 인부들 장기간 임금체불·학대 신안서 지적장애인 감금현장도 포착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4년 12월 22일(월) 20:43

상습적으로 장애인을 체벌·폭행하고 개집에 감금하거나 쇠사슬로 묶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사진은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모습.

결산 2014 광주·전남 핫이슈 <6>신안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
힘없는 약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노동권을 착취하는 등 장애인 인권 유린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염전에 고용된 인부들은 임금체불, 폭행과 폭언, 열악한 숙소 등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월6일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로 신안 모 염전 주인 홍모(48)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염전은 철저한 외부 감시를 통해 고용된 장애인들의 폭력 행사를 감춰왔다. 하지만 한 장애인이 서울에 있던 어머니에게 ‘짓밟힌 인권유린의 현장’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몰래 써 보냈고, 이를 신고받은 경찰이 잠복수사 끝에 홍씨를 검거하게 됐다.

외딴 섬에 갇혀 인간취급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의 인권 실태는 너무나 심각했다. 이 곳 장애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매질은 기본이거니와 섬에 빠져나오려고 시도할 당시 마을주민들의 전화로 발각돼 도망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더욱 충격을 주는 부분은 인권유린의 현장이 바로 신의면 파출소와 가까이 있었다는 점이다. 순찰활동시 조금만 눈여겨 봤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범죄 현장이었다. 하지만 경찰도 노동착취의 현장을 보고도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건 발생 후 ‘천일염 최대 생산지’ 신안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박 대통령도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하며 철저한 인권유린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신안군과 인권단체들은 부랴부랴 장애인 고용 업체들에 대해 정밀 점검에 들어갔다. 이후 몇 개월간 이 지역은 잠잠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걸까. 지난달 신안 한 복지원에서 지적장애인을 폭행·감금한 사진이 전국에 공개되면서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시설장 고모씨가 지난 2월 발생한 신안 염전 피해 장애인들의 후견인이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에 고 씨를 고발하고 시설 폐쇄 권고 조치를 내렸다.

인권조사위가 직권조사한 내용을 보면, 고씨는 말을 듣지 않는 장애인들의 발목을 쇠사슬로 묶거나 화장실 건물, 마당에 방치된 철창과 개집에 감금했다. 또 농사 및 자택 개·보수 등에 동원된 거주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 보조금과 가로챈 장애수당 등을 시설비에 사용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권위가 신안군청에 이 시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정 조치가 되지 않는 데 있다.

장애인들의 인권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악덕업주들과 이를 묵인한 관계기관이 있는 한 ‘인권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