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의 ‘재갈 물린’ 소통 취재수첩 최효은 사회부 기자 hyoeun@kjdaily.com

2015년 01월 08일(목) 20:27

광주시 서구는 최근 ‘자유게시판 운영 관련 협조사항 통보’ 라는 제목의 공문을 감사담당관실에서 각 실·과 등으로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조직의 단합을 저해하고 와해시키는 내용의 ‘구청 자유게시판 게시글을 엄정대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문이 하달되면서 노조가 즉각 반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달 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직원들이 “민선 6기 들어 과중한 업무에 힘들다”고 불만을 표출하자 “게시글 작성자 IP를 추적하라”고 지시, 직원들에게 공개 사과하는 해프닝을 겪은 바 있다. 공공기관이 직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노조는 “자유게시판은 과거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소통하기 위해 어렵게 만든 우리들의 게시판이지, 한 사람을 위한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곳이 아니다”며 “전 근대적이고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조합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8일 오전까지 해당공문에 대한 철회 공문을 발송할 것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에 대해 임 우진 구청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공문은 임 구청장이 지난해 말 종무식 때 직원들을 상대로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 구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우리 지역 사회에는 갈등과 분열, 편가르기, 각종 비리, 선심행정 등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폐해들이 남아 있다”며 “이러한 낡은 구 시대적 자치의 잔재를 깨끗이 씻고, 수준 높은 성숙된 새로운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정의 핵심가치를 ‘참여와 소통’, ‘희망과 행복’에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손발이 돼 줄 직원들과 재갈이 물린 대화에서 진정한 소통을 이뤄내기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내 입맛에 맞고 내 귀에 즐거운 소리만 듣는 소통이라면 이는 혼자만의 외침, 혼자만의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서구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을 딛고 진정으로 소통을 통해 이해와 배려 속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한다./hyoeun@kjdaily.com 최효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