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트라우마센터 마스터플랜 수립 시급하다

2015년 01월 11일(일) 19:14

지난 2012년 10월 국내 최초로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해 설립된 광주트라우마센터가 출범된 해를 기준으로 4년을 맞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시범사업으로 출발한 광주트라우마센터는 강운태 전 시장과 현 윤장현 시장 모두 아시아 트라우마센터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시범사업 종료 시점까지 장기운영계획 수립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정신보건시범사업 기간을 1년 연장함에 따라 시 직영으로 겨우 유지하는 상황에 있다.

정신보건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광주시가 예산을 절반씩 투입해 시행하는 시범사업이다. 시는 당초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는 달리 시범사업이라며 지난해 11월 위탁 기관을 공모했다가 응모자가 없어 1년 직영 운영으로 바꿨다. 문제는 운영에 대한 시의 의지와 장기 플랜이다. 시는 시범사업 종료 이후 센터 운영의 마스터플랜 수립 등 아시아 허브 트라우마센터 육성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나 계획조차 없어 졸속 운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직원들의 처우도 문제다. 이번에 사업이 연장되면서 기존의 센터 근로자들을 1년짜리 기간제 근로자로 재계약했다. 복지부 규정상 시범사업 기간에 인력의 기준과 처우를 사회복지사 수준으로 하고 있어 정신과 전문의 등 특화된 인력 유치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또 직원 신분보장이 불안한 점은 기관운영의 핵심 문제가 되고 있다. 통상 트라우마 환자 1명 치료에 수년이 소요되는 데 치료사의 신분이 1년짜리 기간제 근로자라면 제대로 치료사업을 할 수 있겠는가.

트라우마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행사 예산 초과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갹출하기도 했다. 트라우마는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데 1년 후를 장담할 수 없는 직원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시범사업 후 트라우마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피해자들은 정부의 생색내기에 속았다는 분노를 가질 것이다.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트라우마 운영 전문가들은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센터를 독립법인화하고 국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로부터 감사·평가받는 체계는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의 지원 아래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덴마크와 미국의 사례 등 전 세계 트라우마센터 200여 곳 대부분이 능력을 인정받고 검증된 전문가들이 치료를 맡아 가정집처럼 편안한 시설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는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 독립적인 운영 등 피해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