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료·유통·쇼핑 등 전 분야 무한경쟁 돌입 KTX 개통 지역발전 전기 삼자<2>수도권 ‘블랙홀’ 가속 우려 지역자본 역외 유출로 지역경제 위기 올 수도 역세권·문화관광상품 개발 도약 기회 삼아야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5년 01월 13일(화) 20:33

오는 3월 충북 오송부터 광주송정역까지 호남고속철도 1단계 노선이 개통하면 서울에서 광주까지 1시간 33분 만에 갈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신형 KTX가 시험 운행하는 모습.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오는 3월 호남고속철도 1단계(충북 오송-광주)가 개통되면 광주에서 서울까지 1시간33분이면 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광주에서 서울로 출퇴근도 가능하다. 본격적인 고속철도 교통시대가 열리면서 도시들간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유통, 쇼핑 등 전 분야에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암 엇갈리는 개통 효과

KTX 개통 효과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개발 촉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자칫 수도권으로의 역외 유출이 심화돼 지방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긍정적인 면으로는 지역간 접근성 개선에 따른 문화 관광분야 활성화, 지방 대도시 국제회의 개최기회 증가에 따른 MICE(전시컨벤션) 산업 발전, KTX 정차 역사 및 역세권 주변 상권 매출 증가, 역세권과 연계한 도시재생 동기 부여 및 도시관문으로서 도시 이미지 개선 등이다. 이와 달리 부정적 효과는 반나절 생활권 형성으로 무숙박 당일 방문객 증가, KTX 경쟁수단인 광주-김포 노선 항공수요 감소, 중증질환 환자의 서울지역 의료기관 이용 증가, 고급 명품 소비 품목의 외부지역 쇼핑 증가 등으로 꼽을 수 있다.

◇항공·고속버스 타격 불가피

KTX가 개통되면 서울-광주가 1시간3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져 항공과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150만명에 이르는 광주공항 이용객은 올해 1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외·고속버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광주 광천종합버스터미널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승객은 하루 평균 7천500여명(왕복 버스 314대), 연간 270여만명에 달한다.

대구의 고속버스 교통분담률이 KTX 개통 1년 만에 25%에서 13%로 반토막난 사례를 감안할 때 광주지역의 연간 시외·고속버스 이용객도 10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은 2012년 연구자료를 통해 KTX 개통 이후 광주-서울간 교통이용객의 교통수단 전환율은 버스 49.5%, 항공 53.5%로 예측하기도 했다.

◇수도권 ‘빨대효과’ 가능성 높아

서울의 영향권 확대로 이어져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지역의 부가 역외로 유출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방에 있는 KTX 정차도시들의 가장 큰 고민은 ‘빨대효과’(Straw Effect)다. 즉 새로 놓은 철도나 도로로 인해 도시간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작은 도시가 인구·경제력 등을 대도시에 흡수당하는 현상이다.

KTX가 개통되면 정차도시들을 중심으로 중소도시는 인근 광역권으로, 광역권은 다시 수도권으로 수요가 이동해가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개통 5년후인 2009년 대구경북연구원이 조사한 ‘KTX 개통이 대구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결과에서도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KTX 개통 후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주요 정차 도시의 관광·학술행사, 문화예술 행사, 교육, 의료, 유통 등 6개 분야 서비스 이용 증가 비율 가운데 서울이 최소 48.1%에서 최대 82.6%까지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82.6%), 교육(81.9%), 유통(79.6%) 부문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KTX 동대구역세권 주변 업체를 대상으로 KTX 개통 이후 매출액 변화를 살펴본 결과, 연간 매출이 증가했다는 업체는 전체의 13.7%에 불과했으며 연간 매출액이 증가 혹은 감소한 기업들의 주된 원인은 KTX 개통 때문이라는 응답이 62.0%로 조사됐다.

◇지자체 및 각계 대책 서둘러야

KTX 개통은 지역발전의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다. KTX를 활용한 관광컨벤션산업 성장은 물론 산업기반이 강화돼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잘못 대응할 경우 수도권보다 경쟁력이 취약한 문화관광과 쇼핑, 중증환자 역외 유출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도 KTX 개통을 앞두고 문화·관광·쇼핑·의료 등의 역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분야별 실천전략을 마련,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함께 ‘KTX 문화기행 특별열차’를 운행,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특급호텔과 시내 면세점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KTX 개통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광주-김포 항공노선을 광주-인천 간 정기 직항노선으로 변경하고 질환별 특성에 맞는 전문병원을 단계별로 설립해 중증환자 역외 유출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남도도 13일 호남고속철도 완전개통 대비 대응전략 수립 T/F 회의를 갖고 향후 각 분야별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전남지역 주요 추진 과제는 서남권 중입자 치료센터 유치, 목포·송정역 관광정보센터 신설 운영, 박물관·미술관 연계 남도역사문화체험상품 운영, 코레일과 제휴한 섬 여행 상품 발굴·운영, KTX 목포 역세권 개발 추진 등이다.

광주발전연구원 관계자는 “KTX 개통 후 지역 문화·관광분야 발전을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주변 도시문화자원과 연계한 문화예술 기능을 거점화하는 역세권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며 “KTX와 연계한 관광상품 및 문화공연상품 개발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