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KTX 현안’ 지역 정치권이 풀길 취재수첩 노병하 정치부 차장 icepoem@kjdaily.com

2015년 01월 22일(목) 20:11

국토부의 호남권 KTX 서대전 경유 문제가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자 대전지역 언론에 따르면 대부분이 ‘호남의 지역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며 국토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전 언론을 꼼꼼히 읽어보면 ‘KTX 전체가 경유하는 것도 아니고, ‘호남-대전’ 이용 승객의 편의와 지역발전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즉 KTX 서대전역 경유는 양 지역간 상생 발전의 길이고 이를 반대하는 호남은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대전시는 호남선 KTX의 ‘계룡역 정차’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을 경우, 계룡역을 이용하는 군 관계자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논리로 국토부를 압박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대전시와는 별개로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당과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여야가 한 목소리로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새정치가 공개적으로 찬성을 표명한 것은 솔직히 우리 지역으로서는 아픈 일이다.

이날 새정치 대전시당은 성명을 통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노선 문제는 정부가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전 정치권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코레일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에 들어갔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실제로 대전시는 지난 20일 KTX 서대전역 경유 문제가 첨예한 시점에서 KTX운영과 관련 이해관계 기관의 수장들을 모두 초청해 담당 공무원은 물론 시장까지 나서 언론 브리핑을 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광주·전남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지금 우리 지역 정치권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도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각기 따로, 시의회는 그나마도 일부 의원들이 반대해 대전에서는 이를 ‘광주는 집안싸움 중’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더 답답한 것은 성명서를 제외하고는 이후 별다른 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데 있다.

어떤 정책을 가지고 지역끼리 붙었다면 결국은 ‘정치력’으로 승부가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이번 KTX　서대전 경유 논란은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과 시·도의원들이 드디어 그 역량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볼수 있다. 여기에 새정치 중앙당이 어떻게 하는지도 매서운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새정치 중앙당은 줄기차게 호남 소외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더불어 지역 정치인들에게 간절하게 부탁드린다.

KTX 서대전 경유 문제는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민들의 모든 눈이 쏠려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1시간33분과 2시간18분은 엄청난 차이다. 특히 광주의 모든 미래 동력은 1시간33분에 맞춰져 계획되고 있다.

지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지켜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 호남민들은 믿을 곳도, 의지할 곳도 없어진다는 뜻이 된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사람들은 새로운 보루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지역 정치인들이 꼭 명심해 주셨으면 한다./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