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常과 苦, 無我를 넘어 彼岸에 이르는 길 리얼리즘 연극 진수 ‘그것은 목탁구멍속…’ 빛고을 무대 내달 28일부터 3월2일까지 광주 극단 ‘까치놀’ 창단 30주년 공연 도법스님 통해 삶·예술 본질 탐구…배우들 실제 삭발 감행 ‘화제’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1월 25일(일) 18:43

광주 극단 ‘까치놀’이 창단 30주년 정기공연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상연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광주 증심사에서 출연배우들의 실제 삭발식을 가져 화제를 낳고 있다.

‘정통 리얼리즘 연극의 완성작’으로 꼽히는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가 오는 2월28일부터 3월2일까지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광주 극단 ‘까치놀’의 창단 30주년 정기공연이자 BBS광주불교방송 개국 20주년 기념 무대가 될 이 연극은 지난 1990년부터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1990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삼성문예상을 휩쓸며 정통리얼리즘 공연의 진수를 선보였다. 연극인들에겐 교과서와 같은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연극을 통해 극작가 이만희는 인간의 고뇌란 우주를 뒤덮고 있는 암흑과 같아 보이지만 목탁 구멍 속의 어둠에 불과하다며, 그 목탁을 깨버리면 어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무대 주인공인 도법스님은 전직 미대교수이자 유명한 조각가다. 입산 후 예술을 멀리한 채 수행에만 전념하던 중 큰스님에게 봉국사의 불상을 조각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처음엔 세속적인 일 같아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지고의 불법과 지고의 예술이란 동류의 것이며 오히려 표현된 조각 작품 속에서 지고의 불법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3년 뒤 불상이 완성되어가던 어느 날, 도법 앞에 전신이 피투성이인 망령이 나타나 엉터리라며 불상을 부숴버리라 한다.

이처럼 연극은 조각가 출신 도법스님의 견성(見性)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룬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고뇌와 예술의 본질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또 그 과정에서 스님들의 일상과 번뇌를 진솔하게 그려내 관객과의 공감대도 형성시킬 예정이다.

특히 현실과 같은 생생함을 위해 극중에 출연할 까치놀 배우들이 실제 삭발을 감행, 화제를 낳고 있다. 배우들은 지난 23일 오후 2시 광주 증심사에서 광주불교연합회 회장이자 증심사 주지인 연광스님을 모시고 세속의 머리를 모두 깎아냈다.

극단 까치놀 측은 “그동안 ‘훌륭한 예술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연극을 사랑하자’라는 구호 아래 작품활동을 해왔다”며 “올해 극단 태동 30주년을 맞아 극단 출신의 연출가와 배우들과 함께 3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한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열연을 위해 실제 삭발식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도법스님의 철학적 성찰을 생동감 있게 긴장감 넘치도록 구성, 관객들이 연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까치놀의 계획이다. 이외에도 유머와 해학 기법을 통해 불도(佛道)의 기본 이치를 쉽게 풀어낼 뿐만 아니라 인간미도 세밀하게 표현할 방침이다.

이번 연극에는 김영찬, 이영민, 고길용, 심성일, 강원미 등이 출연하고, 국악인 국근섭과 노름마치의 김주홍이 특별출연한다. 무대 연출은 극단 까치놀 상임 연출자인 김영록씨가 맡았다. 배우들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원효스님의 사상을 깊이 있는 연기로 전한다는 각오다. 만 15세 이상 관람가. 문의 062-523-0333.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