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플만 하니까 아프다 이상영 |
| 2015년 01월 25일(일)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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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그 전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허리를 움직일 수가 없어요”, “원장님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목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어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다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아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료하는 입장에서는 이유 없는 질환은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분명히 기존의 바르지 못한 자세나 섭생의 문제, 노화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우리 몸에 침해자극이 꾸준히 발생했기 때문에 병변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침해자극이 우리 몸에 가해지고 있을 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장애나 극심한 통증, 마목감 정도는 확연히 나타나줘야 내 몸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의학적으로 “Injury Pool”(손상을 저장하는 공간)현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환자의 신체가 지속적으로 침해자극에 노출됨에 따라 손상을 받고는 있는데 본인의 면역력이나 체력적인 상태에 따라 밖으로 증상이 드러나지는 않고 안에서 계속 쌓여가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환자들은 그제서야 겉으로 드러난 증상들을 통해 내 몸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사실 인체라는게 그렇게 둔감한 생명체가 아니기에 자잘한 불편감이나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은 계속해서 우리 몸에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체의 주인이 참을 수 있는 불편감이나 통증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던 것이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올 정도의 통증이나 운동장애, 마목감 등을 호소한다면 이는 사고가 아닌 이상 절대로 갑자기 나타난 증상은 아니다. 그나마 필자의 한방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비교적 겉으로 잘 드러나는 근골격계 환자들이기에 조금은 나은 측면이 있다. 그에 비해 내과계열의 문제, 즉 오장육부에 발생하는 문제는 “Injury Pool”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우리 몸이 주는 신호를 더욱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또는 앞으로 문제를 일으킬만한 행동을 했을 때 우리 몸이 우리에게 주는 신호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이러한 신호는 대부분 통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요추추간판탈출증(흔히 말하는 디스크)환자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과 마목감 등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극명한 증상들이 발현되기 이전에도 우리 몸에서는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자잘한 통증이나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불편감 등의 신호를 보냈지만 추간판탈출증까지 진행된 정도의 환자라면 이러한 신호들을 애써 무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 원하는 것은 단순한 통증의 완화이다. 사실 통증이라는 것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 이런 식으로 몸을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라는 신호인데 그 신호를 억지로 끄려고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환자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왜 그러한 신호들이 우리 몸에 나타났는지를 확인하고 그 근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산순히 진통제나 근이완제 등을 복용하고 통증만 제어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진통제로 당장의 고통을 해소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병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많은 환자들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일단 통증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왜 통증이란 신호가 나타났었는지에 대해서는 곧잘 잊어버린다.
꼭 이러한 환자들이 아니더라도 대개 우리는 근본 문제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묻어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설령 근본 문제를 알고 있더라도 그걸 개선하기 위해선 많은 고통과 희생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문제만 해결하고 진짜 근원적인 문제를 덮어버리면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소한 문제에도 귀를 기울이고 무시해버리고 싶은 통증도 다시 한 번 잘 살핀다면 더 큰 문제와 더 큰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