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천왕의 삼고초려 윤은상 |
| 2015년 01월 26일(월) 2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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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9대 왕으로 등극한 고국천왕은 어진정치를 펼치고자 했으나 그의 뜻과 달리, 왕족들의 권력은 날이 갈수록 거세어져 왕권을 위협했으며, 그들이 백성들을 핍박해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만 갔다. 고심하던 고국천왕은 새로운 인재를 찾게 되는데 이때 천거된 사람이 안류라는 인물이다. 왕은 그에게 국정을 맡기려 했으나 그는 끝내 사양하면서 을파소를 추천했다. 고국천왕은 이에 사람을 보내어 공손한 말과 두터운 예로서 을파소에게 국정을 맡아줄 것을 청했으며 우태라는 높은 벼슬을 내렸다. 을파소는 왕의 부름을 허락할 생각이 있었으나, 주어진 벼슬로는 막강한 왕의 외척이나 귀족세력과 싸우는데 한계가 있었기에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러한 을파소의 뜻을 헤아린 고국천왕은 그 자리에서 그를 국상(현 국무총리)으로 삼아 정사를 돌보게 했다.
왕의 절대적 지원 속에 을파소는 교육제도의 개편, 부정부패의 방지, 인재선발 활성화, 진대법을 비롯한 경제정책 개혁 등을 통해 정치를 바로 잡아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같이 백성을 잘 살게 만든 것은 못자리, 물갈이, 거름주기, 추수를 잘 아는 농사꾼 즉 전문가를 등용했기 때문이다. 학연, 지연, 혈연, 계파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 등용한 때문이었다.
반면에 조선의 건국 초기나 반정에 의해 집권한 왕들은 공신세력을 대거 등용했다. 지금은 조선건국을 설계했던 정도전의 리더쉽이 새롭게 조명를 받고 있으나 정도전과 함께 조선건국에 참여했던 개국공신(측근)대부분이 건국 후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피살됐다. 그리고 명예롭지 못한 인물로 기록됐다. 이성계의 핵심보좌역 3인도 소인배로 평가됐고, 세조가 단종을 몰아낼 때 세조에 협조했던 사람들도 당대에는 세도를 누리지만 나중에는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로 낙인 찍혔다. 중종반정을 주도한 인물도 모두 나중에는 소인으로 평가받게 된다. 창업과정에서는 현실적인 권력을 추구했던 공신들이 필요 했지만은 정권의 안정기에는 정몽주나 성삼문과 같은 덕과 능력과 의리가 있고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기용했다.
최근 어느 정부이든 총리나 장관후보자는 바늘구멍처럼 촘촘한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만큼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그리고 낙마한 지명자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마저 송두리째 잃고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고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개발주의시대에는 원칙이 무너지고 탈법과 불법이 만연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부동산이 천정 부지로 치솟고 이에 편승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학위논문표절 및 병역기피를 했던 사람들이 보통의 중산층들이었다. 지금은 이들이 훌륭한 정치인, 경제인, 고위직공직자, 대학교수, 전문가그룹으로 성장해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거의 모든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누렸던 이들이 한번쯤은 가고 싶었던 명예의 전당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자리를 꿈꾼다. 그러나 능력 있는 인재들이 때로는 무차별의 신상 털기, 여론재판까지 감수해야 하는 청문회의 현미경검증을 망설이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도 돈과 명예까지 다 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총리나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성장과정에서부터 자기관리를 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다.
유능한 인재를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망국적인 학연, 지연, 혈연, 정파, 선거공로자, 측근 등 주변에서만 찾다 보면 인물난을 겪게 되고 인사에 난맥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우리사회는 지나친 교육열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최고의 학부를 마친 전문성을 갖춘 준비된 인재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을파소와 같은 명재상 배출여부는 최상의 적임자를 연고가 아닌 능력 위주로 발굴할 때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