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본적인 대책 세우라 박연오 |
| 2015년 01월 26일(월) 2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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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Francisco Ferrer)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역설했다. 아이들이 자기표현에 서툴고 물리적으로 약한 존재여서가 아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성숙한 절대적 약자여서 폭력과 학대에 자신을 방어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아이들은 작은 변화와 충격에도 큰 상처를 입는 연약한 존재여서 무심한 말 한마디조차도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국가가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아동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 그 정도와 행태를 막론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즘 일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불거지면서 전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전 국민의 울분을 샀던 ‘칠곡 계모 사건’과 ‘울산 계모 사건’이 부모에 의해 자행됐다면, 이번 사건은 보육교사가 행위주체라는 데서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네 살배기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폭력이 만연한다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어 말문이 막힌다. 우리의 자화상인 것 같아 분노를 넘어 비애감이 든다. 엄밀히 따져보면 보육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이자 관련 기관의 ‘불감’이 더해져 야기된 사건이다. 기실 따지면 이번 어린이집 사건은 전국의 여느 어린이집에도 잠재한 대동소이 사건으로 판단해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으레 그랬듯, 일상에서 대수롭잖게 생각하다가 사단이 벌어지면 안절부절못하고 사고 수습에 정신없이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모든 것을 망각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생활하는 습관은 고질병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보자. 역시 특별대책이니 전수조사니 하며 사회여론을 의식한 듯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해 부모들 또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취해 온 대책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도 언급되는 대책들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교사 처벌 및 자질 강화, 평가인증제 보완, 감시용 CCTV설치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메뉴가 전부다.
어린이집에 설치한 CCTV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도 CCTV 설치 의무화를 제도화 하려 하고 있다. CCTV는 아이들의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도입 의무화 문제가 거론됐지만, 보육교사의 인권 문제에 부딪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조건이 됐다. 더욱이 대부분의 CCTV는 어린이집에 설치만 되어있고 이를 부모들이 볼 수 있는 라인을 구축해 놓은 곳이 없어 실효성을 잃었다.
또한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잘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막연하다. 그곳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한 데서다. 평가인증제도 보완을 한다고 해서 폭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안이한 판단이다. 아동폭력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어린이집의 평가점수는 95.96점이 넘었다. 평가항목을 추가한다 해도 엉터리 인증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이번 어린이집 사건들을 통해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모두가 자성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기에 앞서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공짜라고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보낸 부모들, 수익에 눈이 멀어 보육교사의 역량을 벗어나게 한 원장, 사명감 없이 보육교사라는 자격만으로 보육현장에 근무하는 교사 등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특히 학교장의 마음가짐과 다를 바가 없는 원장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사업자적인 생각으로 어린이집을 여러 곳에 두고 운영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요건을 갖춰 국가지원 예산을 최대한 뽑아먹고, 여러 개 어린이집을 동시에 운영하다가 권리금을 받고 운영권을 되파는 일이 다반사다. 실제로 광주의 모 대학 교수는 가족들의 명의를 빌려 무려 4-5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어린이집 포화상태’를 빌미로 허가를 중단시킨 후 자신이 어린이집 허가 심의위원이 돼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사례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무상보육이 확대 시행되면서 권리금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붙은 어린이집 매매가 성행할 정도다. 심지어 어린이집이 문제가 되면 권리금을 붙여 팔고 또 다른 곳에서 개원이 가능해 제도개선이 없으면 요원할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실태조사를 거쳐 부작용이 없도록 근본적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상업에 목적을 두고 문어발식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을 발본색원하여 무상보육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