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의 분노, 불공평이 문제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5년 01월 28일(수) 19:37

세금 납부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지켜야 할 헌법상의 의무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고귀한 의무다. 그래서 탈세행위를 우리는 중요한 범죄로 본다. 본인의 소중한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면서 국가와 사회에 권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의 살림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국가 역시 살림살이를 원만하게 해 나가기 위해서는 세금이 꼭 필요하다. 따라서 누군가 탈세를 하게 되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성실한 사람들이 과중한 세금을 부담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어느 나라든 납세의식은 국가와 국민관계의 기본이자, 국가라는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며,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 세금문제로 온통 시끄럽다. 연말정산 때문이다. 확정액은 아니지만, 예측컨대 고액 봉급자는 무려 450만원이나 토해내야 한다. 중간급 대다수 월급쟁이도 예년보다 돌려받는 금액이 줄거나 많은 돈을 세금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이번 문제로 대한민국 1600만 봉급자들이 ‘13월의 세금폭탄’이라며 모두 흥분상태라 도대체 얼마나 더 내야 하기에 ‘폭탄’인가 따져보니 봉급액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필자의 경우 저소득 월급쟁이에 속해서 연말정산 환급금이 전년보다 줄어든 정도다. 간이세액표가 ‘덜 내고 적게 돌려주는’ 쪽으로 이미 개정된데다, 지난해 환급금 계산방식이 바뀌어서다. 계산방식을 고소득층에게 세금부담이 더 가도록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한 것이다. 그래서 ‘13월 세금폭탄’은 대체로 고소득자에게 해당한다고 봐야 진실에 가깝다.

그런데 연봉 7000만원이 안되는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이 왜 이렇게 화를 내고 화들짝 놀래는 것일까. 연말정산을 돌려 보고 무려 500만원을 더 토해 내야 하는 과장이나 지난해에는 100만원 돌려받았는데 올해는 40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대리나 똑같이 분노하고 있다.

왜일까?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소득은 유리지갑이라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만 세금을 더 걷어간다는 불신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 때문이라고 했을때 믿는 국민 없었듯이 세액공제로의 연말정산 제도변경 때문이라지만 이 역시 증세라고 보는 것이다. 납세는 국가가 존재하는 한, ‘의무’로 규정돼 있는데 자꾸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은 국감자료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율이 47%라고 밝혔다. 100만원을 벌어 47만원을 숨겼다는 얘기다. 많이 버는 사람들은 이렇게 소득을 숨겨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는 데 애먼 없는 사람들에게서만 손쉽게 세금을 거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국가의 조세징수권이 갖춰야할 ‘보편성’과 ‘형평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깨진 것이다. 연말정산 개편으로 직접 손해를 보는 상위 15% 고액 연봉자들의 ‘세금폭탄’ 주장에, 자신들과는 별 관련이 없고 오히려 새 제도가 더 유리할 수 있는 서민층 월급쟁이들까지 동조한 것은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공약을 파괴한 것 때문이다.

한국의 1인당 세금은 5년 만에 25%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증가율이 4번째로 높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 ‘세금’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연관어로 ‘세금폭탄’ 등은 물론, ‘불만, 욕, 분노, 공포, 서민’등이 올라올 정도로 혼라스러워하면서 ‘과연 우리나라 조세가 모두에게 공평한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무란 똑같이 나눠질 때 의미가 있다. ‘국방의 의무’를 특권층이 피해갈 때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 역시 공평한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중 상대적 고소득자가 많은데 그 소득이 잡히지 않아 월급쟁이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면 당연히 화를 낼 일이다. 법인세도 깎아줘 세수가 모자라니 일반 국민한테 걷어내는 식이라서 화가 나는 것이다. 독일의 법인세율은 30%, 중국도 25%인데 오히려 한국은 25%에서 22%로 깎았다. 우리나라 지난 2년 새 중산층 세금 부담 증가율은 고소득층의 3배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 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소득 중간층 40-60의 3분위의 2013년 세금 납부액은 평균 101만원으로 2011년 84만원에 비해 20.2% 증가했다.

더군다나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14월의 건강보험료’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0년 8043억 원이었던 직장인 건보료 연말정산 추가 납부액은 2012년 1조 6235억 원까지 늘었다가 2013년 1조 5876억 원으로 떨어진 뒤 지난해 다시 1조 5894억 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5년 동안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첩첩산중이다. 소득은 줄고 세금만 늘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 이렇게 말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공평하게 세금 더 내는 거라면 ‘납세의무’ 짊어지고 갈만 하다. 월급쟁이가 세금 더 내는 것만큼 기업도, 개인사업자도, 세금 더 내란 말이다. 그게 안 되니 흥분하는 거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내린 재벌 대기업 감세와 부자 감세로 지난 7년간 100조 원의 세수가 줄었는데도, 이것은 놔두고 직장인의 유리지갑만 건드린다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

연말정산 파문은 두리뭉실 땜질처방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