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여론 무시 국토부 이미 확정? ‘호남고속철 서대전 경유’ 여형구 차관, 광주시장 면담서 지자체 협조 부탁 윤시장 “조정 수습 단계 이미 넘었다” 강한 불만 일각선 코레일과 국토부 ‘공조’ 강한 의구심 제기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5년 01월 29일(목) 20:24

호남고속철도(KTX) 서대전역 경유 논란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의견수렴 차 29일 광주시를 전격 방문, “지자체 차원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해 서대전역 경유 확정을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이 서대전역 경유 계획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지만, 결국 경유 편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논란이 수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여형구 국토교통부 2차관이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윤 시장을 예방, 호남고속철도의 운영계획에 대한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시의 입장을 최종 수렴했다.

이날 30여분 간 진행된 면담에서는 최대 관심사인 호남KTX의 서대전역 경유나 운행편수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 차관은 윤 시장에게 “정부가 코레일이 제출한 안을 참고해 여러 자치단체의 여론수렴을 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정부가 향후 계획을 결정하면 이해와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시장은 “수도권과 호남권을 신속히 연결하기 위한 호남고속철도의 근본 취지에 맞게 운영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며 “호남의 민심을 읽고 지역간 갈등과 민심의 향방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이어 “지자체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서운하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지역단체장이 뭘 조정하고 수습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국토부 방문은 표면적으로 비등하는 호남민의 정서를 의식해 여론수렴 및 협조요청이 이유였으나 일부에선 “정부 결정의 이해와 협조”란 말을 놓고 사실상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를 관철하기 위한 통보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와 코레일이 사실상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염두에 두고 나온 ‘수순밟기용 액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이번 서대전역 경유 논란을 놓고 국토부와 코레일의 ‘공조’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코레일 본사가 지리적으로 대전에 있는데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대전여고를, 이날 광주시를 방문한 여형구 국토부 제2차관도 대전고를 졸업한 충청권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전의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될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 방안이 수면위로 부상했지만 ‘뒷짐’만 지고 있던 광주시의 무기력한 대응도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토부 철도운행계획은 완공단계에서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에 비로소 지자체와 협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그동안 국토부가 구체적으로 계획을 밝히지 않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