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선거’ 없다더니…조합장 선거 이상과열 새해 벽두부터 광주·전남 곳곳 불·탈법 만연 예비후보등록과정 생략 ‘진흙탕싸움’ 부채질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5년 02월 01일(일) 20:03

이른바 ‘돈 선거’를 없애보자던 동시 조합장 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선거를 위탁받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연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실정이다. 해당 지역 금융을 좌우할 막대한 힘이 주어지는 조합장, 예산과 인사 권한까지 자치단체장과 비슷할 만큼 막강한 편이어서 ’검은 유혹’을 떨쳐내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후보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1일 광주·전남 선거관리위원회와 농수축협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전·현직 조합장 간의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제3의 인물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맞물려 불법선거운동 징후가 지역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과거의 고질적인 행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부 행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9월21일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사전선거운동과 금품제공 등으로 고발 조치된 사례가 3건, 수사의뢰 2건, 경고 15건 등 20건에 이른다. 그리고 접수된 불·탈법 신고만 해도 수십 건이며 일부에서는 정치권이 개입하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1월께 함평에선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일부 정치인들이 조합장 선거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렸으며 한동안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광양에서는 모 입후보 예정자가 지난 7월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조합원 3명에게 5만원권 농협상품권을 각각 제공한 혐의를 받고 전남선관위로부터 최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또 항간에서는 ‘3當2落(3억원 당선, 2억원 낙선)’이라는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탈법 행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만연하는 것을 두고 이번 조합장 동시 선거가 지방선거 등 다른 선거와 달리 예비후보 등록과 더불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전체적으로 선거 운동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관위가 밝힌 이번 선거운동 기간은 2월24-25일 후보등록과 함께 선거 전날인 3월10일까지로 2주 가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선거운동도 후보자 본인에게만 허용돼 출마 예상자들 사이에서 ‘너무 빡빡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전남 지역 한 출마 예정자는 “예비후보등록 절차도 없이, 지금 선거 방식은 현직 조합장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이라고 전제한 뒤 “입후보 한다는 말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등 속만 탄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광주·전남 조합장 선거구는 198곳, 유권자는 48만여명에 달하는 ‘미니 지방선거’ 규모다. 광주의 경우 농협 14곳, 축협 1곳, 원예농협 1곳, 산림조합 1곳 등 17곳이며 지역별로는 서구 3곳, 남구 2곳, 북구 3곳, 광산구 9곳이다. 여기에 유권자인 조합원은 3만2천여명이다.

전남은 농협과 축협 145곳, 수협 17곳, 산림조합 19곳 등 총 181곳이지만 신안 안좌농협이 선거 전 신안농협에 합병될 예정이어서 선거구 1곳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나주가 15곳으로 가장 많고 해남 14곳, 여수 13곳, 영암 11곳, 담양·고흥 10곳 등의 순이다. 유권자는 44만8천여명에 이른다.

올해 처음 오는 3월11일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해 벽두 초부터 뜨겁게 달궈진 선거전이 자칫 고질적인 ‘진흙탕 싸움’으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