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相生’에 告함 김종민 |
| 2015년 02월 02일(월)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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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자 ‘상생(相生)’이라더니, 진짜 ‘개뿔’이다.
제 잇속부터 채우려는 이기인데도 상생이라고 한다. KTX 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호남 지역은 기름을 부어놓은 듯 들끓고 있다. 이 판에 지역화합과 상생발전을 위해 대전권역이 배제돼선 안된다는 억측 논리까지 등장했다.
대전에 볼 일 없는 호남 사람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는 몰염치. 무려 8조원을 투입한 눈물의 호남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결국에 애초부터 수도권과 1시간 반, 반나절 생활권은 잘 포장된 거짓이었다.
고속철도는 무슨, 무려 45분이나 되돌아가 완행열차에 다름 아니다. 무슨 꿍꿍이일까. 호남권 인구를 추월한 충청권, 대선을 비롯해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을 무시 못한다는 정치적, 힘의 논리에 휘둘리는 형국이다. 앞서 분기역 논란을 둘러싸고 충북 오송역을 수용한 바 있다. 또다시 호남은 보기 좋게 당했다.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고선 상생이라고 한다. 장성군민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4년 전인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광주 평동 포사격장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다. 당시 장성 보병학교훈련장 인근에 광주시가 이전을 위한 부지 55만평의 매입을 추진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도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국방군사 시설 이전사업’ 훈령 개정으로 지역 자치단체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삭제되면서 광주시가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오는 2018년까지 마무리 한다는 구체 계획도 내놨다. 장성군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선 6기 동안 인근 지자체와의 상생을 선언한 광주시의 밀어붙이기 식 일방 발표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성군과 상생발전을 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갈등만 오히려 키우게 됐다.
진실성 없는 상생의 구호는 또 있다. 전남 동부권은 도립미술관 유치를 놓고 감정싸움 양상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지역 정치인과 문화예술인, 시민들을 망라해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앞으로 탈락한 지역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여수시는 엑스포장 사후활용을, 순천시는 교통 접근성을, 광양시는 문화 소외지역을 명분으로 각각 내세우고 있다. 순천에는 전남도 직영 순천의료원과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청사가, 광양에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사가 있다며 도청 산하기관이 없는 여수는 그동안의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동부권 공약으로 제시된 도립미술관은 예향 전남의 미술문화 창달과 문화 소외지역인 동부권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다. 유치 경쟁이 격화되자 전남도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3개시는 7년 만에 행정협의회를 재가동 중인데 그 여파가 어지간히 미칠 지 않을까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진흙탕 싸움은 마땅히 경계해야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
말 그대로 상생에는 꼭 상대가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생은 너무 흔하디 흔한, 남발하다시피한 단어가 되고 말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부끄러운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때로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까지 하면서….
모두가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사인가. 한 쪽이 이득을 보기 위해선 다른 한 쪽은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법이다. 그래서 상생의 의미 또한 더욱 빛나고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에선 힘센 놈, 이른바 권력 있고 돈 있는 놈이 다 누리고자 한다. 상대에 대한 작은 배려, 대승적 양보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빽 없고 돈 없는 힘없는 놈은 더 이상 상생을 말하지 않는다. 더는 이를 위해 손을 잡지 않는다.
끝없이 호남은 추락하고 있다. 갈수록 소외의 골이 깊어지면서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해야 하나, 지역내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며칠 전 창 밖으로 함박눈이 마구 뿌려댔다. 사무실을 벗어나 먼 발치로 보이는 ‘광주의 신령’이라는 무등산은 순간 하얀 설산이 됐다. 온전히 호남을 지켜내지 못한 무등산은 제 모습을 백설에 가둬버린 듯 보였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 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입춘(立春) 소식과 더불어 민족의 대명절 설날도 멀지 않았다. 무심한 시간을 쫓아 벌써 생명의 봄은 다가왔는데, 유독이나 추위로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겨울은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고 있다.
여지껏 얼어붙은 땅, 겉으론 상생 하겠다고 외치면서도 속으론 제 잇속 챙기기에 미쳐가는 세상, 이제는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제발이지 원인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 ‘콩 심으면 콩 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