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진영, 러 승전기념일 놓고 ‘엉거주춤’ 러시아는 ‘참석 강권’ 미국은 ‘대러 압박’↑ 연합뉴스

2015년 02월 11일(수) 19:41

오는 5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유럽 각국과 미국의 아시아 동맹·우방국들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종전 7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각국을 상대로 강력한 초청의사를 표하고 있고 양자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참석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힘겨루기를 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에서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또다시 격화되자 미국은 ‘강·온’ 양면에서 대러 압박에 급피치를 올리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분리주의 반군에 대한 지원을 접고 서방 주도의 평화협정에 서명토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대한 방어용 살상무기 제공을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고강도 압박책이다. 나아가 유럽연합과의 적극적 공조 하에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려는 수순 밟기에 돌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시에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통한 설득도 병행했다. 이 자리에서 “평화협정 체결의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공격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며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 승전기념일 참석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의 철저한 ‘종속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사태가 계속 악화돼 이른바 ‘신(新) 냉전’ 구도가 조성된다면 이번 행사는 서방진영의 집단적 불참 속에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처럼 ‘반쪽 행사’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물밑 논의 중인 평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번 행사는 종전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대규모 국제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태 진정 여하에 따라 서방진영의 국가원수들이 대규모로 참석하거나 차상위 지도자들이 참여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11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리는 4자(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정상회담의 결과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