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복지 포퓰리즘의 비극을 보라 박연오 |
| 2015년 02월 23일(월)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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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복지 논란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공방이 ‘복지축소냐 증세냐’의 문제로 번지면서 설 명절을 맞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저마다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정책 등 ‘인기의 덫’에 걸린 정치권의 단면을 보자니 새삼 그리스 복지정책이 떠오른다. 아니 오늘의 국내 현실이 그리스 포퓰리스트 정치인과 국민간에 야기된 ‘악마의 거래’를 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작금 대한민국은 복지 축소냐, 증세냐의 기로에 서 있다. 올해 정부 예산 375조 원 가운데 복지예산이 115조7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0.8%를 넘어섰다. 그러다 보니 복지 축소 정책을 펼 것이냐 증세를 택할 것이냐의 논쟁이 한창이며, 과다 복지지출 등으로 재정 파탄이 된 그리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중론도 팽배하다.
혹자는 지금의 상태로 간다면 앞으로 25년 혹은 늦어도 35년 후에 그리스 국가부도와 유사한 사태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그리스의 포퓰리즘 민주정치가 다르지 않은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리스는 중도우파의 신민주당(ND)과 중도좌파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양당이 40여년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주고받으며, 오늘의 부끄러운 그리스를 만들었다. ‘퍼주기’ 정책에 우파와 좌파가 따로 없었고 서로 더 많은 생색내기를 경쟁했다.
지난 2012년 한국의 총선과 대선을 돌이켜 보면 당시 새누리당과 현 새정치민주연합도 무상·보편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또한 민주당 정권 1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권 10년을 통해 무상복지 추진에 여·야 없이 경쟁했다. 그 결과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적자와 파산 직면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의존이 불러온 그리스 재정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서양문명의 발상지였던 그리스의 포퓰리즘은 1981년 사회당 집권과 함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총리가 되면서 시작됐다. 취임 직후 그는 각료들에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고 지시했다.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고 의료보험을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정책은 사회당의 8년 집권으로 이어졌고 1970년대 연평균 4.7%였던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권 전 국내총생산(GDP)의 28%였던 국가부채 비율은 80%까지 뛰었다. 인구 1천100만명인 그리스에서 공무원은 98만명까지 불어났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그리스에서 국가가 정부 재정으로 고용률을 높이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복지 포퓰리즘 공약에 여야가 경쟁처럼 매달렸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복지 포퓰리즘 공약은 말 그대로 대중에게 달콤한 인기 구호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을 실현하려면 세금의 비효율적 사용과 정부 및 공공분야 비대가 초래된다. 특히 포퓰리즘은 재정 낭비를 가져오는 제도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의식화되고, 시스템화 또는 제도화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있다. 보편 복지가 시작되면 다시 되돌리란 여간 힘든 반면, ‘공짜’라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의료적자,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의 제도가 자리 잡게 되면 정치인들은 또 다시 인기영합을 목적으로 새로운 복지 수요와 대상을 발굴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다른 분야로 복지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한 분야의 무상복지가 다른 분야로 급속히 확대 적용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한민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수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공짜 복지’가 사회 전 분야에 퍼지게 되면 공짜는 권리가 되고 만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래서 포퓰리즘 정치인에게 복지는 모든 이의 권리가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민에게 인기 있는 복지정책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온다. 포퓰리즘이 확산될수록 국민들 삶의 질은 점점 낮아지며, 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곧 지나친 표퓰리즘은 쇠락으로 가는 길이다.
고로, 정부는 복지정책을 실현함에 있어 진정한 복지대상 우선순위가 누구인지, 재정·재원의 대책은 있는지, 여부를 감안해 현명한 복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상보육·무상급식의 보편적·무차별 복지를 저소득층에 맞춤형·선별적 복지로 바꾸어야 한다. 무상복지로 인한 저소득층 아이들의 돌봄 교실 폐지 등 지원이 절실한 복지·안전 예산이 희생돼선 안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모두 똑같은 혜택을 받는 보편적·무차별 복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맞춤형 복지, 집중적 복지로 가야 한다.
정치권은 설 명절기간 쏟아져 나오는 선물 박스를 줍느라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빈곤층 노인들의 가슴 아픈 비극을 엿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