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호남고속철 2단계 수수방관 안된다 김재정 정치부 차장 j2k@kjdaily.com

2015년 02월 23일(월) 20:25

새해 벽두부터 호남권을 뒤흔든 호남고속철도 1단계(충북 오송-광주) 서대전역 경유 문제가 최근 ‘외견상’ 일단락됐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는 예정대로 오는 4월초 개통한다.

그러나 1단계 개통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호남고속철도는 여전히 ‘반쪽짜리’다. 2단계(광주 송정-목포)가 언제 완공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단계는 노선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나 철도시설공단 등 주무 부처는 전남도와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전남도는 2007년 이후 꼬일대로 꼬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의 실타래를 일정 부분 풀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낙연 전남지사가 무안국제공항·나주역 동시 경유 방안으로 지역 여론을 모아 중앙정부에 의견을 제출했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도 전남도의 의견에 ‘OK’ 사인을 줬다. 곧바로 2단계 노선이 확정돼 실시설계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광주-목포 구간은 기존선을 활용하고 지선으로 무안공항을 연결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무안공항·나주역 동시경유 방안의 사업비는 2조4천731억원, 기재부 방안의 사업비는 1조3천427억원이다. 당연히 기재부 방안의 B/C(비용편익비용)가 0.76으로 무안공항·나주역 동시경유 0.47보다 높다.

기재부의 입장은 결국 지역 여론은 무시하고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재부가 내놓은 대안은 앞뒤가 맞지 않다. 기존 호남선 광주-목포 구간 전체를 개량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고속철’ 건설 취지를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다. 무안공항 경유 문제로 2007년 이후 8년을 허송세월한 호남고속철 2단계 문제를 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의미로 읽힌다. 이럴거라면 당초(2007년 이전) 정부 계획대로 광주-목포 구간을 직선 신선으로 건설하자는 이야기까지 전남도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기재부는 지난해 6월 지방재정협의회에서 ‘대통령 공약사업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과 관련, 지역내 노선 협의가 이뤄지면 예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역내 노선 협의 결과가 바로 무안공항·나주역 동시 경유다. 기재부 스스로 말을 뒤엎었다.

어찌 보면 1단계 서대전역 경유 문제보다 2단계 노선 확정이 더 중요한 사안이다. 개통 후 특정역 경유 등은 언제든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노선이 어디로 갈 것인 지는 한번 결정되면 방법이 없다.

기재부가 ‘몽니’를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중요해졌지만 아쉽다 못해 낙제 수준인 게 현실이다. 오히려 국토부나 철도시설공단 내에서 ‘왜 전남은 2단계 노선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재부 구상대로 2단계 노선이 결정된 뒤 또 다시 ‘사후약방문’ 식으로 반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치권과 지자체가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j2k@kjdaily.com 김재정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