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세대에게 통하는 출산대책 임영일 |
| 2015년 03월 01일(일) 19:37 |
|
“할아버지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녀와 손자들이 줄줄이 세배하고 딸과 며느리 등에 업힌 젖먹이에게까지 꼬깃꼬깃 세뱃돈을 쥐어주던 풍경은 어느덧 옛 추억이 되어 버렸다. 80-90년대만 해도 흔한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이러한 대가족의 명절 풍속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예로부터 다산(多産)은 생존의 커다란 미덕이며 풍요의 상징이었다. 옛 로마에서는 출산저하가 곧 국력감소라고 생각해 인구가 늘어나는 때에도 출산 장려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다산을 가정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청춘남녀는 설혹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었다. 졸업-취업-연애-결혼-출산이라는 자연스런 인생행로가 현실적 장벽들에 가로막히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출산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명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4명으로 올리기 위해 지난 2월6일 제3차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계획 수립방향을 발표하였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13년째 초저출산 국가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곧 인구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과 양육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 세대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즉 사회전체가 출산과 양육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에서는 기업이 출산·양육에 상상 이상의 지원을 실시해 정부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 추구만이 아닌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 제공과 사회 환원, 직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선진국의 밤은 길고 한국의 밤은 짧다는 말이 있다. 회사와 가정,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노동형태,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 환경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근로형태가 적극 도입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관리체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출산장려정책은 허울에 그칠 공산이 크다.
2012년 이후 정부가 매년 10조원 넘게 예산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은 요지부동이다. 정부 출산 정책이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적으로 출산장려금, 의료비지원 등의 직접적인 자금지원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인 환경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동구는 2010년부터 추진해 오던 저출산 대책의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동구는 2015년 하반기부터 출산장려금 지원을 타 자치구 수준으로 조정 지원하며 우리구만의 특화된 맞춤형 출산시책을 추진 중이다. 다자녀산모 무료 스케일링, 동구한의사회 소속 한의원의 난임 부부 및 다자녀산모 반값한방 첩약사업, 행복한 아빠교실 운영, 동구아이사랑수당 지속적인 지급, 민·관·학 협약체결을 통한 아이 낳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한 공동노력 추진, 일과 가정양립을 위한 유연근무제와 패밀리데이 운영, 육아휴직제도의 활성화, 직장 내 모유 수유실 운영 등이 그것이다.
출산장려는 개인의 책임을 벗어난 국가의 장기시책이다. 일관된 출산·육아지원정책, 일과 가정의 양립조화,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기업과 함께 출산장려 환경을 구축하고 양육시설의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으로 젊은 세대가 출산과 양육에 열린 마음이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