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공화국’ “화장품 등 제값주고 사면 바보 취급” 한달에 한번 꼴 세일에 가격거품 논란 할인행사 만연 소비자 정가 불신 팽배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

2015년 03월 03일(화) 20:47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화장품 매장 앞에 할인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직장인 정모(30)씨는 최근 부쩍 건조해진 피부에 맞게 새 화장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정씨의 기분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제품을 구입한 바로 다음날부터 ‘반값 할인행사’가 시작된 것. 이 같은 경험을 자주 접한 정씨는 “바로 다음날 세일행사가 있으면 귀띔이라도 해 줄 것 이지…,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세일이 이뤄지니 정가를 주고 물건을 사면 바가지 쓰는 기분이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각종 상품을 대상으로 ‘반값 할인행사’가 성행하면서 제값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면 바보취급 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경쟁회사를 의식한 유통업체들이 유행처럼 반값 타이틀을 내걸고 지나치게 잦은 세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세일경쟁 심화현상은 화장품 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더페이스샵,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5개 주요 화장품 원브랜드숍의 할인 행사일을 합친 수치는 약 300일에 달한다. 2010년과 비교하면 6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특히 더페이스샵은 112일의 세일기간을 가져 3일에 한번 꼴로 할인행사를 해왔다. 여기에 각 매장별로 진행되는 할인행사까지 더하면 더욱 심각하다. 이러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 불신의 눈초리만 깊어가며 정가구매를 꺼리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불과 며칠만 기다리면 상품을 절반가격에 살수 있는데 굳이 비싸게 정가를 주고 살 필요가 없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및 연간가계 동향’에 따르면 가계가 씀씀이가 줄면서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통업계가 위축된 소비를 부추기고,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연일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무분별한 세일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가격 마지노선이 낮게 책정된 까닭에 대기업 소속 화장품 브랜드를 제외한 중소업체들이 매출 부진과 적자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