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 그 설렘을 담다 광주롯데갤러리 오는 23일까지 신춘기획 ‘화양연화’展 김근중·김창겸·양승수·장준석·홍지윤 5명 작가 출품 꽃의 화려한 자태·인간 욕망·유토피아 등 작품화 눈길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3월 04일(수) 19:04

홍지윤作 ‘가시나무’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말 뜻 그대로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을 가리킨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지점을 의미하는데, 이는 꽃과 같아 지독할 만큼 짧은 순간이란 숙명을 동반한다. 계절로 따지면 봄의 설렘과 닮았다. 짧은 그 봄에 만개하다 순간 져버리는 꽃과도 같다.

그 찰나를 예술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광주롯데갤러리가 봄맞이 기획전시로 오는 23일까지 ‘화양연화’전을 여는 것.

전시는 꽃과 개화(開化)의 상징성을 키워드로 한다. 진한 봄내음 머금은 꽃들의 활기찬 생명력과 화려함을 상징하는 공감각적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개화와 낙화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소재로 삼았다. 출품작가는 김근중, 김창겸, 양승수, 장준석, 홍지윤씨 등 5명이다.

가천대 회화·조소과 교수이기도 한 김근중 작가는 ‘존재(natural Being)’라는 화재(畵題)로 작업한다. 장식성이나 구도의 자율성 못지않게 해학의 요소까지도 아우른 그의 화조도(花鳥圖)는 만발한 꽃과 아직 필 듯 말 듯한 꽃봉오리, 말풍선, 고개를 숙인 꽃들로 구성돼 있다. 정면을 향한 꽃의 화려한 자태는 우리 인간사의 욕망을 상징한다.

또 김창겸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와 실재’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다. 다양한 이미지의 합성과 편집이라는 기술적 프로세스를 통해 일련의 가상현실을 창조해낸다. 자연과 인간, 동물이 한데 어우러진 정원에서의 산책을 표현한 그의 작업 역시 가상현실의 재현이다. 현실 속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다.

인천청운대 교수인 양승수 작가는 밝은 빛을 발하는 색색의 종이꽃을 프레임에 가득 확대시켜 환영과 현실적 공간의 경계를 몽환적으로 제시한다. 애초 그는 예술과 비예술, 가상과 현실 간의 경계를 없애고, 각 장르의 요소들을 통합하는 것을 작업의 큰 목표로 삼고 있는 작가다.

그런가하면 장준석 작가는 사회의 통념과 관념적 자유의 경계선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소재로 꽃을 선택했다. 그에게 있어 꽃이란 아름다움과 판타지의 대명사이자 인간이 갈망하는 이상적 자유와 내재된 욕망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관습적인 매개체다. 작가가 만들어낸 꽃은 인공적인 생산물이자 인위적인 세상과 욕망에의 폭로다.

지난 2012년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홍지윤 작가는 동양시학의 정서로 시를 자작(自作)하는 것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또 자작한 시를 다양한 매체와 결합·편집시켜 미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작시에 아름다운 여체와 꽃을 새겨 넣은 수묵채색화를 선보이는 중이다.

고영재 광주롯데갤러리 큐레이터는 “우리는 봄을 만나면 영화 ‘화양연화’에서 접할 수 있는 애절한 아름다움과 찰나의 숙명을 느끼게 된다”며 “겨우내 웅크린 꽃들이 개화하는 3월을 맞아 신춘기획으로 ‘꽃’을 주제로 한 유명작가들의 작품전을 마련했으니 많은 이들이 찾아와 봄기운을 만끽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 문의 062-221-1807./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