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행사 치르기 탈피 지역인재 발굴 무게 둬야 문화수도 광주 문화시대 열자 <9>지역 창의인재의 중요성 공무원 400명 필요한 문화전당 ‘지역안배’ 촉각 단기간 인력 수급·행사 진행 급급…지역소외만 광주비엔날레 지역인재 발굴시스템 가시화 눈길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3월 08일(일) 20:23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400여명에 달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력운용 계획 등이 가시화될 전망인 가운데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는 지역인재 등용 안배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준공된 아시아문화전당 내부 모습.

문화판에서의 창의인재 확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또 그에 걸맞은 인재 육성과 고용 안정화가 병행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실제로 지역의 경우 큰 문화행사를 치르기 위해 서울 등의 전문인력을 데려다 프로젝트 형식으로 고용한 뒤 해산시키는 사례가 흔하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조성해야 하는 광주는 이 같은 방식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지역의 문화 관련 종사자와 인력들을 발굴해 고용·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모인 지역의 인재들이 그 지역의 문화계를 이끌어가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는 이같은 청사진을 그려도 좋은 환경을 품은 고장일까. 지난 십수년 동안 지역 문화계 관련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 등을 중심으로 들여다보자.

지난 20년 동안 지역인재 발굴·등용에 실패해온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최근 조직 안팎 혁신을 추진하며 예술감독과 큐레이터 선정에 지역 목소리와 인재를 참여시키기로 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은 2014광주비엔날레 전시 장면.

◇亞전당 인력 채용 구도 관심

최근 들어 가장 큰 화제거리는 단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다. 9월 광주에서 문을 여는 문화전당을 국가가 5년간 운영하도록 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장장 18개월 동안 장기 표류됐던 법안이 통과되자 지역민들은 일단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개관까지, 또 개관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에서도 지역인재의 고용문제는 가장 큰 관심사이자 우려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한 건물이 광주에 들어서긴 했지만 수도권 등 타 지역 출신의 인력들로 대부분이 채워진다면, 문화전당은 광주에서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문화전당 콘텐츠를 개발 중인 아시아문화개발원(이하 개발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문화전당의 운영주체를 담은 법이 통과되자 후속 조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개발원은 문화전당 운영 조직인 ‘아시아문화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새롭게 태어날 아시아문화원의 인력을 몇 명까지 국가 공무원 소속으로 할지 등 인력 수급 범위와 시기, 방법을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 구성 윤곽은 한 달 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재 개발원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정규직 40명을 포함해 207명이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문화전당 운영계획’에 따르면 문화전당을 정상 운영하려면 정규직 423명을 포함해 900-1천여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동안 개발원은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져 인력 수급에 애로를 겪으면서 전당 콘텐츠 준비를 위한 프로젝트 인력을 모두 계약직으로 뽑아왔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개발원의 현재 인력의 고용 승계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개발원 측은 문화전당의 주요 5개원 감독과 연구 인력들이 모두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새로운 조직이 생기더라도 고용 승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자부와 기재부의 협의를 거쳐 전당 조직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면, 인력 충원을 거쳐 개관을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역 문화인력들의 채용여부도 뜨거운 관심사다. 현재 개발원 직원 207명 중 호남출신은 120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문제는 ‘문화전당을 광주 기반으로 운영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기대가 향후 실현될 수 있느냐다. 문화전당 건립 계획 이후 지역의 문화인력 양성이 아직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수도권에 문화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또 문화전당이 정부소속기관으로 결정되면서 지역안배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우려는 더 깊어졌다. 정부가 5년간 한시적으로 국가소속기관이 될 문화전당에 4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파견할 것인지, 지역을 배려해 신규 채용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에 따라 문화전당 운영 초기단계에라도 능력을 갖춘 경우 분야별로 지역 문화인력을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지역대학 등과 연계해 문화전당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워내 지역문화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야 된다는 주문도 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지역인재 등용 시도

이처럼 문화전당의 조직 구성표가 나오기도 전에 지역인재 등용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깊은 것은 번번이 실패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비엔날레다.

창설 20주년을 넘어선 광주비엔날레의 지역인재 활용이나 발굴시스템은 어떠한가. 요컨대 전무하다. 해서 태동 이후 20년 동안 광주비엔날레와 지역사회는 내내 이 문제로 진통을 겪어왔다. ‘미술 관련 인재를 키우고 등용시키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는 끝없이 빗발쳤지만, 광주비엔날레는 글로벌화에 주력하기 위해 대부분의 행사 리더들을 수도권과 해외에서 데려와 ‘잠시 고용’만 해왔기 때문이다. 지역 인재 발굴에 대해서 비엔날레 측은 ‘지역에 쓸만한 기획자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고 지역사회는 ‘비엔날레의 채용 요구 기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본 대다수 미술 관계자들은 “그동안 지역인재 양성에 소홀해온 비엔날레 재단의 업보”라고 입을 모은다. 척박한 지역의 문화풍토에도 원인이 있지만, ‘국제미술축제’라는 거창한 대의명분만 앞세운 나머지 정작 재단 직원들의 재교육에 무관심해온 재단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12월 발표된 광주비엔날레 발전방안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직원 교육훈련비 집행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13년의 경우 책정된 예산은 510만원이지만 집행은 36만3천원에 불과했다. 1996년 창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의 경우 직원들을 해외 유수 영화제에 견학시키는 등 인재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이에 따라 광주비엔날레가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혁신의 칼을 들었다. 지역인재 등용과 재단 내 직원들의 재교육에 주력키로 한 것.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내부적인 조직 진단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창조적 혁신을 위한 직원 워크숍’ 등을 여는 등 다각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재단은 또 ‘직원 재교육 시스템 미흡’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역량 강화 TFT’를 구성해 실천방안 연구에 나섰다.

또 다른 변화는 예술감독과 전시 관계자 선정 시에도 시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지 천명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지역 미술계가 참여하는 ‘예술감독 선정 시민협의회의’를 조속한 시일 안에 열기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 미술계 추천으로 구성된 위원은 고영재 광주롯데갤러리 큐레이터, 나상옥 한국미술협회 광주시지회장, 이이남 미디어 아티스트, 장용훈 광주청년미술작가회장,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장, 채종기 은암미술관장, 허달용 광주민족미술인협회장 등 7명이다.

이와 함께 광주비엔날레는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를 공동 큐레이터 또는 보조 큐레이터로 선임해 전시 참여의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달 취임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는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매년 개최해오면서 지역인재 발굴을 계획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 내부 직원들도 많이 지쳐있다”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소통을 병행하면서 지역인재 발굴·등용, 직원 재교육 등을 실행해 재단의 대내외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