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공감하는 인사검증시스템 마련해야

박상원
부국장 겸 정치부장

2015년 03월 16일(월) 20:39

시민시장을 표방한 ‘윤장현호’가 출범한지 9개월이 지나고 있다. 출범 당시 광주시민들이 바랬던 ‘소통, 신뢰, 책임’의 리더십이 아직은 불통, 불신, 회피의 좋지 않은 관행을 벗어던지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출범 6개월은 판단하기에 시기상조였다면, 지금은 판단을 유보할만한 더 기다려야 하는 무엇이 있을까. 행정은 진행형이고 시민들의 인내는 기대한 만큼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윤 시장의 지지 세력인 시민단체가 먼저 그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도 이제 더 이상 지켜보는 데 한계를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 12일 참여자치21은 성명을 통해 “윤장현 시장 출범이 1년이 돼가지만 인사난맥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공적시스템 붕괴 우려가 있다”며 제기되는 의혹 해소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출범초기에는 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크고 작은 실수를 범해도 양해 할 수 있지만,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가족주의적 태도나 아마추어리즘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인사에서 ‘비선실세’ 개입 의혹이 계속되는 것은 조직이 위기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장 본인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 문제가 된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의 인사는 부실 검증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빛고을노인복지재단은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에 나대웅(59) 전 순천대교수를, 효령노인복지타운 본부장에 문혜옥(52) 전 광주시 북구의회 의원을 임명했다. 하지만 나 본부장의 범죄이력이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나 본부장은 지난 1998년 8월 순천대 총장에게 뇌물 2천만원을 주고 전임강사로 임용된 사실이 드러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교육부로부터 파면 조치됐다. 문제의 핵심은 검증시스템의 가동 여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나 본부장의 범죄이력은 그대로 드러난다.

광주시가 이 사실을 모르고 최종 임명했다면 인사 검증 시스템 부실의 민낯을 온 시민에게 드러내는 것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그 저변의 이유는 무엇인지, 비선 개입 의혹이 정말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나 본부장과 함께 임명된 문 본부장의 경우도 복지 전문성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본부장의 이력은 사범대 졸업에 호남대 경영학 석·박사, 중등교사, 북구의원이 전부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구멍 뚫린 인사검증시스템을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인사검증의 필요성은 조선시대 서경(暑經)제도(태종실록·태조실록)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서경이란 임금이 관리를 임명할 때 대간(사헌부·사간원)들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임금이 관리를 임명할 때 50일 이내에 대간이 임명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관리는 취임할 수 없었다. 대간들은 서경권을 행사할 때 비공개로 3번이나 모여 철저히 심사한 뒤 임금에게 동의여부를 보고했다는 것이다.

1415년(태종 15년) 7월26일 사헌부가 헌납(사헌부 5품 관리)으로 임명된 장진의 서경(暑經)을 끝내 거부했다. 그 이유는 “장진은 가난을 싫어하고 부를 좇아 조강지처를 버리고 부잣집의, 그것도 병든 딸에게 다시 장가를 들었으니 마음과 행실이 청렴하지 못하다.”(태종실록) 대간들은 ‘돈에 눈이 멀어 조강지처를 버리고 부잣집 딸, 그것도 병든 여자에게 새 장가 들었다’는 새로운 흠결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절대 권력의 왕조시대임에도 인물 검증이 혹독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세종실록은 그 이유를 “군주가 사람을 쓴다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군주의 자리에 앉아 어찌 수많은 인재를 다 살펴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대간이 임금의 귀와 눈을 대신하여 임명자들의 충(忠)과 사(邪), 직(直)과 곡(曲)을 숨김없이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군자의 도는 길어지고 소인의 도는 사라질 것이며, 나라의 운명도 영원할 것입니다.” 인사검증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미 700년 전 선현이 알려주고 있다.

윤 시장의 성공한 시정을 바라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최근의 인사 검증 부실은 지난해 정실·절친 인사 비판에 이어 민망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윤 시장 개인의 인성과 품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관료조직의 합리적인 인사시스템 가동과 측근들의 공정하고 사심 없는 충언이 전달되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인사가 ‘참사’로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전 검증 부실이다. 또 인사문제를 최소화하는 길은 인재 풀(pool)을 넓히는 일이다. 자신에게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라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 시민과 소통하고 신뢰를 주고, 공감하는 정치(행정)가 시장직의 출발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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