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불만鐵’ 비싸고 느리고 빙빙돌고~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5년 03월 18일(수) 19:24

헌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에 거주하든 지역간 혹은 지역 내에서 평등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삶의 기회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헌법 제119조와 제122조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유지와 이의 공간적 과정으로 국토균형의 형성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간혹 호남사람들이 ‘영남-호남 격차’를 얘기할 때 경제적 차이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동쪽과 서쪽의 지역격차의 양상은 점점 다양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산업적 차원의 격차에서 복지·의료·문화·교육 등 생활 격차로 지역격차의 지배적 유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호남고속철 4월 2일 개통을 경부고속철과 개통기간, 요금, 운행횟수를 따지는 것은 늘 배려가 없는 ‘격차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11년 늦은 개통

경부고속철도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에서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부산역까지 연결되는 고속철도이다. 2004년 4월 1일에 서울-대구 1단계 구간이 개통되었고, 2010년 11월 1일 동대구-부산의 2단계 구간이 개통되었다. 총 길이 423.8㎞이며, 시속 300㎞로 서울과 부산 사이를 2시간 18분에 달린다.

호남고속철도는 서울특별시에서 전라남도 목포시까지 연결되는 고속철도다. 2006년 착공하여 2017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서울에서 충청북도 청원군 오송까지는 기존의 경부고속철도를 공용하고, 분기점인 오송에서 목포시까지의 총 230.9㎞ 구간을 신설하는 것인데 오송에서 광주광역시 구간이 2015년에 완공된 것이다.

굳이 비교해보면, 경부고속철 서울-대구가 2004년에 개통한 반면 서울-광주는 2015년에 개통한다. 서울-부산 경부고속철 완공이 2010년에 개통된 만면 올해 반쪽 개통한 호남고속철 서울-목포는 언제 개통될지 모른다. 더군다나 호남고속철이 반쪽 완성되는 동안 경부고속철은 진화해 서울-포항 고속철이 2015년 4월2일 광주고속철과 함께 개통식을 갖는다. 호남으로 치면 여수고속철이 개통한 셈이다.

한국고속철 역사에서 광주는 대구보다 11년이나 늦게 고속철시대를 맞았고 목포 역시 부산보다 10여년 늦을 것 같다. 참다못한 이낙연 전남지사는 호남고속철 2단계 광주 송정-목포 사업과 관련해 대통령이 결단을 요구했다. 서울-포항까지 고속철시대를 만든 정부는 미안해서라도 서울-목포 고속철을 최대한 빨리 개통하도록 해야 한다.

현대는 ‘속도의 시대’라 한다. 같은 한반도에서 동쪽은 속도의 시대를, 서쪽은 저속의 시대를 살라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헌법 11조의 위배다.

# 4300원이나 비싼 요금

더 화나는 것은 요금이다. 서울~광주 호남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정부가 애초 발표했던 소요시간보다 실제 운행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요금도 거리가 비슷한 서울~동대구 사이 경부고속철도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나면서 호남사람들은 공분하고 있다.

일반 선로를 이용하는 용산~광주송정(337.6㎞) 호남고속철도의 요금은 3만8600원으로 ㎞당 114원이다. 그런데 4월2일 고속 선로가 개통되면 거리가 303.8㎞로 줄어드는 대신 요금은 4만6800원, ㎞당 154원으로 오른다. ㎞당 40원, 전체 요금은 8200원이나 오르는 것이다. 더욱이 ㎞당 154원은 비슷한 거리인 서울-동대구(293.1㎞) 경부고속철의 ㎞당 요금 145원보다 ㎞당 9원 더 비싸다. 주행거리가 비슷한 서울-대구 간 요금보다 무려 4300원이 더 비싸다. 너무한다.

요금과 관련해선 호남에서 할 말이 많다. 2005년 호남고속철의 분기역이 오송으로 결정될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에서는 ‘분기역을 천안으로 했을 때보다 거리가 19㎞ 늘어났으니 그 추가 요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란 답변이 국회 속기록에 남아있다. 자, 그때 19㎞나 돌아가는 호남고속철을 호남인이 수용한 ‘당근’은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완공하고 나서는 다른 지역과 형평성 운운하며 서울~대구 고속철보다 비싼 요금을 내라면 좀 억울하다.

#약속과 다른 운행횟수·시간

정부가 현재 홍보하고 있는 호남고속철 서울~광주 시간은 93분이다. 1시간 30분이면 광주에서 서울로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남KTX 총 운행편수 48편(왕복)중 중간 정차역을 거치지 않고 용산-광주송정을 93분(1시간33분)에 돌파하는 편수는 단 1편(상행선 오후 9시 20분 출발)뿐이다. 충북 오송과 공주, 전북 익산 등 중간 정착역을 거치는 대다수 상하행선의 평균 소요시간은 107분(1시간47분)이고, 2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노선도 4편(상행선 3편, 하행선 1편)이나 된다.

광고한 용산-광주송정 간 1시간30분짜리 열차는 하루에 단 한 편밖에 없다는 것은 지역민이 기대하는 속도와 많은 차이가 난다. 많은 사정이 있다 해도 93분 편수가 50% 이상은 돼야 ‘93분 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필자는 25년 넘게 기자생활 하는 동안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병박 전대통령과 현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빠지지 않은 것이 호남선 복선화, 호남고속철 조기 개통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매번 공사비가 제때 내려오지 않아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고 호남사람들은 목이 터져라 경부고속철도를 부러워하며 빠른 개통을 염원할 때도 찔끔찔끔 애를 태웠다. 2004년 경부고속철 개통 이후 10여 년 동안 필자가 쓴 호남고속철 관련 사설만 해도 100여건이 넘는다.

지금도 호남고속철도는 미완공 상태로 경부고속철과 간극이 크다. 헌법 119조 ‘국토균형의 형성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다시 돌아보고 광주고속철 요금, 시간, 운행횟수를 호남이 납득하는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