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입은 ‘도심형 예술촌’ 도시재생 구심점 ‘우뚝’ 문화수도 광주 문화시대 열자 <10>도심형 예술촌 조성 동명동·양림동·대인시장 등 예술인구 몰려 활발 카페 갤러리 레지던스 즐비…구도심 활력소 역할 9월 문화전당 개관 효과 노리는 반짝 현상 우려도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5년 03월 22일(일) 20:34

오는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둔 가운데 전당 주변을 중심으로 광주지역 곳곳에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는 ‘사랑방’들이 늘고 있다. 작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작업공간이 늘어나고 갤러리, 카페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사진은 대인예술시장 모습./광주매일신문 DB

옛날 마을 동네에는 사랑방이 있었다. 이곳에선 사는 곳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고향이 다른 사람들까지 한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각자의 소식이 모이고, 세상을 논하며 서로 배우는 그런 공간이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곳이었던 셈이다. 오는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둔 가운데 전당 주변을 중심으로 광주지역 곳곳에서도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는 ‘사랑방’들이 늘고 있다. 작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작업공간이 늘어나고 갤러리, 카페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특히 이곳들은 문화·예술을 도시재생 정책에 접목하는 도심형 예술촌으로 거듭나 도시재생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제2의 전성시대 맞은 ‘동명동’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요즘 광주에서 가장 핫(hot)한 곳으로 손꼽히는 동네는 바로 동구 동명동이다. 동명동은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부자동네였다. 하지만 도심 기능이 옮겨가고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인근 도심이 급격한 쇠락을 겪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니 빈집은 늘어만 갔고 거주인구 역시 급격히 줄었다. 이렇게 시들어가던 동명동이 지금은 카페와 아트숍, 갤러리 등이 들어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젊은 예술인들이 하나둘 찾아들면서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동구청은 인근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해 노후 주택을 개량하고 도로 개선, 소공원 조성, 주차장 개설 등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춰갔다. 특히 동명동은 오는 9월 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입지조건이 전당과 무척 가까워 게스트하우스 조성의 최적지로도 손꼽힌다. 제2의 전성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고 양림동

양림동 공방주민예술워크숍

또 문화전당 지척에는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남구 양림동이 있다. 기독교 유적이 밀집한 양림동에도 예술인들이 속속 뿌리를 내리면서 활력을 찾고 있다. 100여년전 기독교 선교가 시작된 양림동은 우일선교사 사택 등 선교 문화와 근대 역사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당시 지은 서양식 건물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 선교사 사택들은 수년 동안 빈 채로 유지돼 왔지만 광주작가들의 레지던시 창작공간과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또한 이곳에 터를 잡은 작가들은 양림동의 역사와 삶을 담은 창작 활동과 더불어 지역 주민과 끊임없는 스킨십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히 펼쳐가고 있다. 광주시는 문화전당의 방문객들이 양림동과 사직공원을 다녀갈 수 있도록 다각도로 유도할 방침이다.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천재음악가 정율성 선생의 생가와 시인 김현승의 시비, 광주시 문화재 1, 2호인 이장우 가옥, 최승효 가옥도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문화관광 아이콘 된 대인예술시장

예술촌을 말하자면 광주 문화관광의 아이콘이 된 대인예술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1976년 개장한 대인시장은 점포가 330여 곳이나 되는 광주·전남 최대 재래시장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있던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점차 쇠퇴해 시장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이곳에 예술가들이 2007년부터 작업실을 열기 시작했다. 창작 활동과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였다. 작가들은 시장 작업실에서 창작을 하면서 다양한 예술체험 행사도 열었다. 시장 점포에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작품판매도 이뤄졌다. 그러자 입소문을 타고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젊은 예술 혼과 소박한 재래시장 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야시장은 광주의 대표적인 관광브랜드 상품으로 떠올랐다.

◇예술촌 연결한 도보 투어 코스

양림동 골목길 갤러리

광주시도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조성된 예술촌을 중심으로 도심관광 트레일코스 개발에 나섰다. ‘트레일(trail)’이란 산길 또는 오솔길로 관광분야에서는 ‘걷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도보관광을 뜻한다.

도심관광 트레일 코스 개발사업은 문화전당을 찾은 관광객이 전당 주변에서 도보로 광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체험하고 관광할 수 있도록 광주만의 특색있는 도심 속 도보 투어 코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문화전당 주변 ▲대인예술시장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예술의 거리 ▲동명동의 이색카페 거리 ▲푸른길공원 ▲광주폴리 ▲정율성거리 등 풍부한 볼거리를 문화전당과 연계해 매력있는 코스로 개발할 방침이다. 또한 도심 속 관광자원의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스토리텔링사업도 함께 진행해 도심관광 트레일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광주의 맛과 멋은 물론,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도 들려줄 계획이다.

◇진정한 예술촌 조성 절실

하지만 예술가를 중심으로 문화전당과 인접하고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이 지역들이 전당의 개관에 따른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서로 지향하는 이념이나 추구하는 삶에 대한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투기를 노리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소외’를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가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정한 예술촌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어디까지나 부수적 효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삶의 터전에서 켜켜이 쌓아 온 시간의 두께를 그대로 놔두고 일단 지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선행돼야 한다. 원래 있던 장소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넣고, 그 효과로서 관광지로 관심받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전당 개관을 계기로 문화를 사랑하는 예술인들과 광주를 찾는 사람들로 도심형 예술촌이 계속해서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