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특법 개정,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5년 03월 25일(수) 20:40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 직후, 지역문화교류재단의 이기훈 이사가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 자체 발간하고 있는 계간지 ‘창’에 원고를 써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주제가 ‘亞특법 개정,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했다. 정치계나 행정 쪽, 시민사회가 모두 안도의 기쁨을 만끽할 때, 부실 개관을 깊이 우려하며 대책을 고민하는 문화단체의 진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단군 이래 최대의 문화사업이라는 이 거대한 물결 앞에 서서 과연 이기훈 이사만큼 대안을 고민하는 이가 광주에 몇 명이나 될까. 필자는 원고 청탁 전화를 받고 지역 문화계는 물론 정치, 행정 등 광주지역 리더 중에 ‘이런 상태에서 개관하면 큰일이다’며 잠 못 드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세어 보았다. 아무리 세고 또 세어보아도 몇 안 되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건국 이래 최대 문화프로젝트로 광주를 문화 허브로 도약시킴으로써 지역균형발전과 전 국민, 나아가 아시안과 세계인을 향유 대상으로 국가적 문화위상 강화를 추구하는 국책사업이다. 이 목적이 다 달성되어야 비로소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 할 수 있는데 정작 성공에 필요한 콘텐츠 개발이나 인력확보 해야 할 시간에 특별법 개정 등에 힘을 쏟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5개월 남겨놓은 현 시점의 진행 상황은 우려스런 부분이 많다.

특히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업의 주체인 정부가 이 사업을 전적으로 책임질 생각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일정에 큰 차질을 예고한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 넘어야 할 산이 정부의 이 사업에 대한 개념이다. 지난 산고의 과정에서 지켜봤듯이 광주가 생각하는 문화중심도시 방향과 정부의 생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광주는 국책 사업으로 본 반면, 정부는 특혜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당 개관 전에 정치권이 해야 할 가장 큰 책무는 지역특혜가 아니라 특별법에 규정된 국가사업이며 이 사업의 향유 대상은 광주시민이 아니라 지구촌 전 세계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정부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사업의 성공에 필요한 조직이나 전문인력, 예산, 컨텐츠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2007년 10월에 확정된 종합계획에 따르면 총 투자 규모가 5조2천9백억이다. 이중 40%인 2조9천8십억이 환경 조성과 하드웨어 건립에 투입되고 2조3천억 정도가 사업비다. 이 재원 중 지방비 규모가 1조원 이상이다. 이 엄청난 재원이 원활하게 투입되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금 마련 대책과 민자 유치를 위한 물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데 광주시는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더 걱정스런 것은 개관 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문화발전소’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이미 정해져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이거나, 머릿속에 있거나, 기존에 했던 것이거나, 실험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문화전당의 연면적은 16만1237㎡로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큰 문화공간이었던 국립중앙박물관(13만7290㎡)보다 크다. 문화창조원 내 제1복합전시관은 축구장 넓이로 지하 1-4층까지 조성됐다. 아시아예술극장의 대극장은 최대 2000명을 수용한다. 웬만한 수준의 전시ㆍ공연으로는 이 넓은 객석을 채우기 쉽지 않다.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공연ㆍ전시 콘텐츠 확보 없이는 아시아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관심도 받기 어렵다. 지속적으로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중요한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개관 이후 만약 ‘서울 예술의 전당과 아시아문화전당이 어떠한 차별성이 있냐’는 여론이 형성되면 사업 확장에 큰 걸림이 된다. 지금은 콘텐츠 경쟁력이 무엇이냐를 끌어내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하나 집중해야 할 포인트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연결이다. 이보다 좋은 시너지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혁신도시와의 연계를 심도있게 연구해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인력이 지역에 집적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7대 문화권을 조정해서라도 빛가람혁신도시와 연계시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 국책사업의 면모를 갖춘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21세기를 문화전쟁의 시대로 규정하고 문화산업을 장악하는 국가가 경제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문화산업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문화산업의 위력이 어떤지를 실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흥행된 미국 영화 1년 수입은 국내 자동차 1백50만대 수출액과 맞먹는다.

이런 문화전쟁 시대에 문화중심도시가 되겠다는 광주의 위상은 지금 어떤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 중에서도 가장 문화도시라는 칭찬을 받으려면 모든 면에서 선도적이며 모범적이어야 하다. 광주만의 고유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창조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역사유산 문화잔산을 활용해 도시 경관이나 미관을 가꿔야 하며 전 시민이 문화도시답게 문화정신·문화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이 큰 이유, 이 거대한 물줄기를 지휘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운 도시발전 전략을 선도하는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광주 내부의 문화도시 역량을 단단하게 하고 그 힘으로 전 국민, 아시아, 세계인이 광주를 발판으로 문화충전을 해가도록 하려면, 그만한 ‘추동력과 엔진’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정부 추진체와 광주시 추진체를 융합시킬 자, 누구인지 모르겠다.

봄이 완연한데, 많이 심란하다. 이기훈 이사, 밥이나 먹자~.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