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배움에서도 지혜 싹튼다 이 현 아동문학가

2015년 03월 26일(목) 19:20

문/화/난/장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거지?”

오래 전 학창시절. 수학과 화학을 배울 때마다 의문이었다. 국어는 우리나라의 언어고 역사는 인류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이며 박자와 리듬이 있는 음악과 시각적 행복을 안겨주는 미술은 배우면 배운 만큼 살아가는데 즐거움이 될 것 같았지만 미분과 적분과 화학기호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수학자나 과학자의 길로 가지 않은 이상, 덧셈 뺄셈 곱셈에 나눗셈만 잘하면 계산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특별히 불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수학공식이나 화학기호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을 이용해 문제들을 풀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과 지혜가 중요하다는 말에도 공감이 되질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수학과 화학 문제를 풀면서 어떤 공식을 적용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응용력을 기르며,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하고 계획하는 사이에 창의력과 사고력이 발달하며, 답을 구하기 위한 객관적인 논리 과정을 통해 합리적 사고가 길러진다는 사실을 느끼고 이해하며 알게 되었다.



‘도대체 저걸 왜 배워야 하는 거지?’

얼마 전 언어지도 수업시간. 음소니, 음절이니, 어절이니, 형태소니.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단위에 대해 설명을 하다 말고 웃음이 났다. 햇살도 따사로운 봄날의 오후 1시. 가만히 앉아 있어도 꾸벅꾸벅 졸릴 시간에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도 특별히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국어문법을 하고 있으니 졸릴 수밖에.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뜨기 위해 눈을 비비고 깜빡이며 잠을 쫓기 위해 애쓰는 학생들을 향해, “이 좋은 봄날에 도대체 저걸 왜 배워야 하는 거지? 나중에 특별히 써 먹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물었더니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목소리로 그렇단다.

그래서 또 다시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눈을 열고 마음을 열어 배우고 익히는 만큼, 나아갈 수 있다는 것.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뿐 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 엎드려 자고 싶은 유혹을 이기며 공부를 하고, 참말로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더 아픈 마음 또한, 우리를 좀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고, 미움의 마음을 내려놓으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나누는 것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 집에 벽돌 하나 올리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골치 아픈 수학을 공부하는 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진리와 빛으로 이끌어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처럼 내게 주어진 것들을 묵묵히 감당해내며 감사하기 위해 파이팅이다.



꽃과 함께 시작된 봄.

여기저기 피어있는 희망의 꽃, 노오란 개나리처럼 우리들의 마음 또한 노랗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노란빛으로 조롱조롱 달려있는 꽃 모양이 황금 종 같다 해서 붙여진 개나리의 영어 이름, 황금 벨(golden bell) 소리가 너와 나 우리, 이 세상 방방곡곡에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겪게 되는 모든 일들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만큼,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우리의 꿈, 우리의 미래이기에. 숨을 쉬어야만 우리의 육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꿈은 우리들의 마음과 생각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생명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