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공방 ‘산 너머 산’ 정부 전체 예산 중 40%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기 광주·서울·인천교육청 ‘예산 편성계획 거부’ 반기 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

2015년 03월 30일(월) 20:39

“누리과정 정상적으로 시행하라”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도교육청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정부지원 및 보육료인상과 보육교직원처우개선 촉구 결의대회 모습. /광주매일신문 DB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도교육청간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예산지원 방식 등을 놓고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부 교육청이 교육부가 요구한 예산 편성계획안을 아예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3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가 예비비 및 교부금부담 지방채가 지원될 경우, 미 편성된 누리과정 예산 편성계획을 지난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요구한 편성계획에는 시·도별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자체 예산 조정과 지방채 발행 규모 등을 명시하는 등의 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주와 서울, 인천 교육청은 교육부의 요구안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출을 거부했다. 이들이 제출을 거부한 이유는 누리과정의 예산 떠넘기기와 불합리한 분배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총 소요액 2조1천532억원 가운데 미편성액 1조7천36억원을 기준으로 목적예비비 5천64억원과 정부보증 지방채 8천억원만 지원하고 나머지 8천468억원은 시·도 교육청 자체적으로 해소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교육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체 예산 중 60%만 지원하고 나머지 40% 가량은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교육부 지원 이후에도 시·도교육청에서 자체 충당해야 할 누리예산은 경기 2천856억원, 서울 2천162억원, 인천 578억원, 광주 332억원, 제주 217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원 방식도 공방거리다. 어린이집 원아수가 아닌 교육재정 교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도(道) 단위는 (시·군)교육청도 많고, 소규모 학교도 많아 재정 수요에 따른 교부율이 높은 반면 광역시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며 “1인당 기본교육비 22만원과 방과후 과정 7만원 등 최대 29만원씩 지급되고 있는 만큼 원아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측도 “대다수 교육청이 올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교직원 인건비와 명예퇴직금, 시설설치비 등을 이리저리 돌려막아 쥐어짜낸 상황에서 또 다시 수백, 수천억원을 알아서 메꾸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세입 감소로 재정적 여력이 없는 만큼 시·도교육청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누리예산 반쪽 지원’과 지급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터무니 없는 요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면서 “서로 입장만 고수할 경우에는 2개월분 이상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예산 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