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호남고속철 2단계 언급 없었다 1단계 개통식서 의례적 수준 축사 머물러 아쉬움 나주역·무안국제공항 동시경유 방안 물거품 우려 향후 노선 확정 과정 전남도-정부간 갈등 불가피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5년 04월 01일(수) 20:41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광주 송정역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에서 대선 공약 중 하나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 문제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피함에 따라 향후 노선 확정 과정에서 전남도와 정부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전남도와 기획재정부가 2단계 노선을 놓고 수개월 째 팽팽히 맞서고 있는 데다, 박 대통령마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지역 숙원인 나주역·무안국제공항 동시 경유 방안이 자칫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에서 “기업도시, 혁신도시, 산업단지 등과 연계해 호남 경제가 커다란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의례적인 내용으로 축사했다.

반면,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2단계 사업은 박 대통령의 전남 대선공약이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는 전남도와 기재부가 2단계 노선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개통식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교통 정리’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실제 이낙연 전남지사는 지난달 17일 1단계 운행노선 사전점검 KTX 시승행사에서 “호남고속철도 1단계 개통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이 2단계 공사에 관해 분명한 언급을 해줘야 한다”며 “애매하게 말씀하시거나 분명한 언급을 안하면 큰 역풍이 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현재 전남도와 국토교통부는 2단계 노선으로 나주역·무안공항 동시 경유 방안(총연장 77.6㎞, 기존 호남선 33.7㎞ 활용, 43.9㎞ 신선 건설·사업비 2조4천73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기재부는 광주에서 목포까지 기존 호남선(66.8㎞)을 활용하고 무안공항은 함평에서 지선으로 연결하는 방안(총사업비 1조3천427억원)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확정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1조원에 달하는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기존선 활용 방안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전남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전남도가 우여곡절 끝에 지역내 의견을 모아 제시한 나주역·무안국제공항 동시 경유 방안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호남고속철이 경제논리에 밀려 또 다시 ‘반쪽짜리’ 고속철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박 대통령이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아 아쉽다”며 “나주역·무안국제공항 동시 경유 외에는 대안이 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최종 결정 방향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