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쫓겨난 신하와 문인 임금 생각에 괴로워라 漢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127) |
| 2015년 04월 06일(월) 1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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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이색
하늘 낮고 산 멀어 강 위는 저무는데
호랑이 원숭이 소리 근심 끝이 없고
쫓겨난 신하 문인들 생각하니 괴로워.
天低山遠樹浮雲 政是江天日欲
천저산원수부운 정시강천일욕훈
虎嘯猿啼愁不盡 逐臣騷客苦思君
호소원제수부진 축신소객고사군
고려 중기때 정서(鄭敍)의 정과정곡이 충신연군지정을 표기하는 최소의 작품으로 알려진 이후 이런 류의 글이 송강 정철로 이어진 과정이 된다. 임금을 사랑하는 임으로 표기해 여자가 남자를 사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애절함을 더한다. 유배지는 호랑이 소리 원숭이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사나운 맹수도 있었다. 이렇게 오지에 기거하면서 어찌 임금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 쫓겨난 신하가 임금 생각에 끝이 없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쫓겨난 신하와 문인 임금 생각에 괴로워라(雨暗江林)’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으로 고려 말의 문신, 학자이다.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이제현의 문인으로 삼은의 한 사람이다. 1341년(충혜왕 복위 2년) 진사가 되고, 1348년(충목왕 4년) 원에 가서 국자감 생원이 되어 성리학을 연구했다. 1351년(충정왕 3년) 부친상으로 귀국했다.
위 한시를 번역하면 [하늘은 낮고 산은 멀어 나무 위에는 뜬 구름만이 / 바로 지금 강 위로는 날이 저무는구나 // 호랑이 소리 원숭이 울음 소리에 근심은 끝이 없는데 / 쫓겨난 신하와 문인들은 임금 생각에 마음이 괴로워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비 내린 어두운 강 수풀]로 번역된다. 한시의 원형은 선경후정(先景後情)이라고 했다. 시작품을 쓸 때 먼저 눈이 보이는 경치를 그림에 펼쳐놓듯이 이면의 상황을 감상한 이후 시인의 느낌이나 생각인 정감을 꾸밈없이 음영하라고 했다. 주변의 거센 모략과 성화 때문에 조정에서 쫓겨났던 일이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 시문이다.
시인의 시적인 감상적 태도는 하늘과 산, 그리고 강이라는 자연에서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은 나직하고, 산은 저 멀리 나무 위에는 뜬 구름이 강 위로 날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음을 감상한다. 해 저믄 자연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시적인 발상이 드러나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조정에서 쫓겨난 시인의 심정을 해 저문 저녁에 빗대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조정에서 성화를 부리고 있는 실력자 권신들 소리를 호랑이 소리, 원숭이 울음소리에 비유하고 있다. 이들 때문에 근심은 끝이 없음을 한탄하면서 쫓겨난 신하와 문인들이 임금 생각에 마음 괴로롭다고 했다. 비유법을 좀 더 썼더라면 품격 높은 작품이 됐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한자와 어구
天低: 하늘은 낮다. 山遠: 산은 멀다. 樹: 나무. 浮雲: 뜬 구름. 政是: 바로 지금. [政]은 [正]의 뜻임. 天日: 해. 날. 虎嘯: 호랑이 소리. 猿啼: 원송이 울음소리. 愁不盡: 근심이 다함이 없다. 逐臣: 쫓겨난 신하. 騷客: 문인. 떠들썩한 손님. 苦思君: 임금 생각 괴롭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