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 그 도시의 품격이다 본사 사장 대표이사 kjdaily.com

2015년 04월 08일(수) 20:27

최근에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기관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를 만났다. 격려와 함께 지역사회 현안으로 지역신문이 해줬으면 하는 내용 중 가장 많은 테마가 ‘광주시민의 잘못된 교통의식과 고쳐야 할 교통문화’였다. 그동안 수많은 지역 매체에서 관심을 갖고 캠페인을 벌였으며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기관·단체가 한 목소리로 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손님을 모시기엔 문제가 많다는 걱정이었다.

실제로 광주·전남 ‘교통문화 지수’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중 하위권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지역의 교통문화지수는 68.5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다. 광주도 지난해 8036건의 사고가 발생해 111명이 생명을 잃고 1만308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고, 차량 1만대 당 발생건수와 부상자수가 각각 128.9건, 209.9명으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하위권이다. 특히 교통약자 보호와 스쿨존 불법주차 등은 17개 광역시·도 중 14위로 ‘인권도시’를 내세우기 무색하다.

외국을 나가보면, 그 지역 첫 인상을 교통 서비스가 거의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주시는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굵직한 국제행사를 잇달아 유치·개최했지만 공공교통의 불친절, 나쁜 교통의식 때문에 자칫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시내버스를 탔는데 중앙선을 넘어 추월을 일삼거나 과속, 급정거, 난폭운행을 한다면 다시 광주에 오고 싶겠는가.

대중교통 뿐 아니라 개인 자동차의 무질서도 큰 문제다.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나 불법주차를 하지만 단속은 느슨하다. 신호위반, 꼬리물기 역시 시정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국제행사 운운하지 않더라도 광주의 잘못된 교통문화는 시민안전과 생명보호 차원에서도 꼭 개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역 이슈가 될만하다.

그동안 광주시, 광주경찰청 등 모든 기관이 교통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역 모든 오피니언 리더가 한목소리로 ‘광주 교통문화 바꾸자’고 외칠 때 모든 시민이 호응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띠를 두르고 선진교통문화 질서지키기 캠페인을 하고 와서도 정작 본인은 바쁘다는 핑계로 무단횡단을 한다면 광주 교통문화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선진화된 도로 교통 문화를 갖춘 독일처럼, 배려심을 갖고 도로 위에서의 경쟁의식을 삼가야 한다. 법이나 규제로 인해 운전문화가 억지로 조성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자발적인 준법 정신과 배려가 절실하다. 자율적인 인식 전환을 이뤄내는 일이 쉽진 않지만 시민의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로문화가 그 도시의 문화를 대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교통의식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자상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나아가 광주시가 급히 개선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민 보행권이다. 보행권이 확보되지 않아서 저지르는 어쩔 수 없는 불법주행과 불법도보, 교통사고가 많다. 세계적인 도시들도 수년전부터 혁신적인 도시디자인을 통해 보행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보도(步道)혁신 프로젝트로 ‘인도(人道) 10계명’을 내놓았다. 이용률 낮은 공중전화·우체통의 단계적 철거를 통해 인도를 비우고, 신호등 가로등교통표지판 사설안내표지판을 모으고, 횡단보도 턱도 낮추고 있다. 사람이 주인인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들도 가로수, 가로등, 사설 안내 표지판, 간판, 자전거도로, 불법 주정차, 상가 앞 적치물, 노점상 등에 점령당한 인도를 되찾는 작은 일들을 시작하고 있다. 산길로 이어지는 둘레길이 아닌 도심을 관통하는 몇 갈래의 보행거리를 만드는 등,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보행 정책은 교통문화를 개선하는 일은 도로 위에서 시민을 점잖게 만드는 시발점이다.

도시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주거환경도 차이가 나며 시민의 요구도 각양각색이다. 교통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면 급차선 변경 등 난폭운전, 후진적 교통문화인 교차로 꼬리물기 및 끼어들기, 보행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륜차의 인도·횡단보도 주행, 생명선인 안전띠 미착용 등 기본 규칙을 지키는 시민이 많아질 것이다.

고질적이고 성숙되지 못한 질서의식으로 광주 이미지가 저평가 받는다면 다른 부분의 우수성이 너무 아깝다. 국제도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의 품격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 한 도시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통안전 수준이다.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교통수단과 시설은 물론 운행시스템과 같은 사회제도,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운전자 의식 등 문화적 요소와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높은 교통사고율은 도시 저품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 상습적인 과속과 난폭운전 행태가 그 사람의 인격은 물론 미래 삶의 모습까지 담보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교통사고나 교통지수는 직접적으로 교통의 3요소인 사람, 자동차, 도로환경과 관련되지만 간접적으로는 가정과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과 연관돼 있다. 개인의 운전습관이 그 사람의 인격이듯 한 도시의 교통안전 수준은 그 도시의 품격이다.

결국 ‘나의 교통의식’이 광주의 품격을 결정한다. /대표이사 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