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 응급의료시스템 이대로는 안된다

2015년 04월 13일(월) 19:47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해 4월16일 이후 정부는 ‘안전 대한민국’을 외치며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재난현장의 응급의료는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자 치료 중심 역할을 했던 목포 한국병원 류재광 원장(60)은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사고 후 현장의 응급 의료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재난 거점병원보다 더 급한 것은 지역 거점병원이다”고 주장했다. 재난 현장에 참여한 의료인으로 응급의료 발전이나 재정비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상기시켜주고 있다.

류 원장이 얘기하는 지역 거점병원의 개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불이 나면 멀리 있는 소방서보다 내 옆에 있는 값싼 소화기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류 원장은 대도시 재난시스템은 문제가 없지만, 소도시나 군(郡) 지역 재난 시 현장 거점병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재난거점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 확대의 실효성 확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전 부처 합동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수립에 발맞춰 보건 복지 분야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난시 신속한 출동과 의료지원이 가능하도록 응급의료 지원체계를 강화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난현장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중상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재난거점병원을 현재의 20곳에서 연말까지 최대 41곳으로 확대하고, 시설·장비를 연차적으로 지원한다. 핵심은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추진돼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지원체계가 가동돼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고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응급의료는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공하는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다. 그동안 각종 대형사고의 빈발과 이에 따른 응급의료체계 구축으로 외상환자 예방 가능 사망률이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다. 예방가능사망률은 1998년 50.4%에서 2004년 39.6%, 2010년 35.2%로 낮아져 응급의료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국민의 생명을 골든타임(30분-1시간 이내)에 구조할 수 있는 응급의료 시스템이 구축돼 안전한 대한민국이 실현되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