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안전한 대한민국’ 멀기만 하다

2015년 04월 16일(목) 20:34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도 팽목항 등 전국 곳곳에서 추모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의 슬픔과 울분은 그 어느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유족의 슬픔을 치유하는 정부의 노력은 점점 사라지고 진상규명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 이상 안전불감증에 의한 후진국형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재난시스템의 대수술이 필요한데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사회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한 것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국회는 해양을 비롯 교통, 건축, 화재, 교육 등 분야에 걸쳐 수많은 안전 법률과 참사 원인의 하나인 ‘관피아’ 근절법안이 발의 됐다. 국회에 발의된 600여건의 법안 중 4분의 3에 달하는 500여건이 여전히 처리도 폐기도 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다. 해양 안전 관련 법안은 97건이 발의돼 42건이 본회의를 통과하거나 상임위에서 처리되는 수준에 그쳤다. 화재 관련 법안은 47건 중 16건, 식약품 안전 관련 법안은 83건 중 18건이 처리됐다. 다행히 학생 안전 관련 법안은 54건 중 36건이 처리돼 높은 처리율을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분야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해양관현 법안들의 처리가 여전히 표류중이라는 것이다. 수난구호법 개정안 중 해양사고시 구조 의무자에 선장과 승무원을 추가하는 법안 등이 국회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과연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전히 안전은 뒷전인 셈이다. 해양안전 외에도 철도, 어린이 통학버스 등 관련 종사자들의 기본안전 수칙 준수 의무를 규정한 법안도 잠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 때 이슈가 된 ‘어린이집 CCTV의무화’도 논란에 휘말려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이후 안전불감증에 의한 대형 참사는 한달에 두 번꼴로 발생했고, 사상자도 900여명에 이른다. 세월호 참사 보름만에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로 388명이 다쳤고, 한달 뒤에는 고양종합터미널이 화재가 나 8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당했다. 이어 반년 후에는 경기도 판교에서 환풍구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했다. 지금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체감 불안은 최악의 상황이다. 안전을 담보하지 않고는 경제발전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안전을 최우선 정책 순위에 놓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치가 실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