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정이 궁금하다면…작가의 작업실을 엿볼까 ‘작업실 재현’ 시간의 동시·축적성 예술화…과정의 공유 통한 소통 사진작가 이세현 ‘조립되지 않은 레고’展 내달 14일까지 광주 대인시장 내 미테-우그로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4월 20일(월) 20:18

사진작가 이세현<사진 아래>씨가 오는 5월14일까지 광주 대인예술시장 내 대안공간 미테-우그로(Mite-Ugro)에서 여는 개인전 전경.

완성된 예술작품을 눈으로만 감상하고 나가는 전시 관람이 따분하다면 여기로 오라. 작업하는 작가의 일상부터 공간의 풍경, 창작의 과정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이색전시가 있다. 젊은 사진작가 이세현씨가 오는 5월14일까지 광주 대인예술시장 내 대안공간 미테-우그로(Mite-Ugro)에서 여는 개인전이 바로 그곳.

‘조립되지 않은 레고’란 전시 제목처럼 갤러리 풍광은 미완성 그 자체다. 조립되기 전인 레고 블록들이 한쪽에 쌓이고 다른 곳엔 흩어져 있듯, 온갖 작품적 소재들이 얽혀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무엇이 무엇을 만나 결국 또 다른 무엇이 될지 아직 정하진 게 하나도 없는 공간인 셈이다. 개인전이라기보다 흡사 작업실 풍경을 닮았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이 작가가 의도한 전시 구도다. 자신의 작업실을 고스란히 옮겨와 작업과정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관객도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것, 이것이 작가가 기획한 전시 그림이다.

“지금 진짜 작업실은 텅비어있습니다. 다 가져와서 전시장을 채웠으니까요. 그리고 전시기간동안 갤러리에서 상주하며 작업을 하는 거죠. 관객은 이 모습을 보며 제 작업을 관찰하고, 작품 제작에 도움이나 영감을 주는 주체도 될 수 있고요.”

해서 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전시장 전체에 과감히 펼쳐놓았다.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수집한 작은 이미지부터 사소한 메모 그리고 실제 작업과정까지 전시기간 동안 온전히 공개한다. 전시장이 곧 작가의 작업노트이자 작업실이 된 것이다.

심지어 갤러리 한복판에는 관람객들이 마시고 간 커피의 흔적들도 자리 잡고 있다. 원두를 우려낸 뒤 버려진 필터들은 하나둘씩 쌓이고 스며 제각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작가는 이를 그대로 두며 촬영한다. 또 작가가 실제로 타고 다니는 자전거, 폐가에서 몰래 공수해온 녹슨 공중전화기 등이 작품처럼, 혹은 생활용품처럼 내걸려있다. 이를 작품으로 볼지 말지는 관객의 몫이다.

“작품을 창작하는 영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작가의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타나는가?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고, 이를 전시로 풀어내기 위해 시도한 것이죠. 저에게 답은 작업과정을 그냥 그대로 보여주는 이 방식인 것 같아요. 제가 ‘시간’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인 만큼, 시간 자체가 완성이자 미완성일 수 있는 모순과 양면성을 안고 있으니까요.”

그렇다. 이 작가가 몸담은 예술사진의 가장 큰 원동력은 ‘시간’이고, 그 시간이란 것은 동시성과 축적의 힘을 모두 지니고 있다. ‘여기까지가 작품’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완성된 예술인 동시에 과거의 것으로 축적되는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갖는 연속성 탓에 그것은 또다시 미완성의 산물이 되고 만다. 이 같은 철학을 형상화하듯, 이 작가는 ‘돌’ 시리즈를 비롯해 녹슨 전화기, 시들어가는 꽃 등을 소재로 한 사진작업의 일체를 생중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완성된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넘어 과정의 공유를 통한 소통을 시도한다. 전시 문의 010-6680-9833.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