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금야행(衣錦夜行)식 복지정책 안 된다

박연오
사회부장

2015년 04월 20일(월) 20:52

‘장애인의 날’인 어제 서구 광천종합버스터미널 유스퀘어 광장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행사가 있었다. 오후 2시 추적추적 봄비가 내린 가운데 100여명의 장애인들이 모여 “저상 시내버스 법정대수 조기도입”을 촉구하는 자리기도 했다.

작년 9월2일 오후 비슷한 시간 같은 곳에서도 같은 행사가 있었다. 광주·전남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시외버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속버스에 탑승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광천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게 해 달라’는 성토의 장이었다.

이들의 요구는 저상버스 및 장애인 콜택시 법정대수 도입 등 기본권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의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 보호 정책은 매우 인색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토부가 내놓은 ‘장애인 이동편의 정책현황’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지역 장애인 콜택시 확보율은 88.3%와 32.5%에 불과했다. 저상버스 확보율은 콜택시보다 훨씬 낮아 장애인 이동권 보호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광주는 운행 중인 시내버스 930대 가운데 116대인 12.5%가, 전남은 680대 중 54대인 7.9%가 저상버스인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 지표 역시 경제규모 대비 가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 가운데 장애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4.0%로 하락했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전국 광역지자체들은 더욱 심해 총예산 대비 장애인 예산 비율이 평균 1.38%에 그치고 있다.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아 매일 외출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40%에 이르는 게 바로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주소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국가브랜드 순위 13위, 해외 원조규모 세계 16위의 위상과 너무도 안 맞다.

지난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의하면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은 여전히 대중교통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시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KTX와 일부 무궁화호 열차만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열차로 모든 곳을 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해남이나 강진 등은 기차로 가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휴가철이나 명절 때 지체장애인들이 여수 여행을 하려면 기차로 익산까지 가서 다시 여수로 가야만 한다. 당연히 시간도 두 세배가 더 소요된다. 고속버스로는 여수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리프트를 장착한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매년 이 때만 되면 장밋빛 정책이 쏟아지고 공연, 행사가 반복된다. 올 ‘제35회 장애인의 날’ 역시 광주시장이 장애인 복지증진 유공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장애인 노래자랑과 부대행사 등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광주시 장애인 인구는 작년말 기준 6만8천여명으로 광주시 인구의 4.6%를 차지한다. 신체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만 1만5천여명에 이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에는 장애인 차별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휠체어의 출입문은 여전히 높고 좁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됐다. 표준적 저상버스 도입부터 장애인에게 기회와 선택권을 줘야 한다. 제자리걸음인 장애인 콜택시와 저상버스 확충에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 다시는 비를 맞으며 ‘장애인도 버스를 타게 해 달라’는 호소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광주시는 진정한 장애인 정책이 없는 장애인 복지를 외친들 의금야행(衣錦夜行) 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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